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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저랑 밥 한 그릇 하시죠 … 한식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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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저랑 밥 한 그릇 하시죠, 한식으로‘ 화요만찬’이라고 불리는 특별한 만찬이 있다. 광주요 조태권(63) 회장이 서울 성북동 자신의 집에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를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는 자리다. 마음 통하는 사람 불러 밥 한 끼 대접하는 게 뭐 그리 특별하겠느냐 할 수도 있지만, 내력을 알고 보면 화요만찬은 정말 특별한 자리다. ‘한식 세계화’ 전도사를 자청하는 조 회장이 15년 전부터 소위 사회 저명인사를 불러 모아 자신이 개발한 한식 메뉴를 베푸는 만찬이어서다. 모이는 사람도, 나오는 음식도, 그리고 자리를 마련한 주인의 뜻도 하나같이 특별하다.

food&이 오늘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이 특별한 만찬에 참석한다. 만찬장에 가서 어떤 사람이 모이고 어떤 음식이 나오는지, 그리고 그 음식에 어떤 철학과 의미가 담겨 있는지 알아본다. 이유는 하나다. 화요만찬이 한식 세계화를 위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화요만찬을 주최하는 조태권 회장은 스스로 “한식 세계화를 위해 500억원 가까이 쏟아부었다”고 털어놓는, 그러니까 ‘한식 세계화에 미친 사람’이다.

글=손민호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화요만찬에 초대받는 것은 한식 세계화를 위한 걸음을 함께 떼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에서 조 회장이 건배를 제의하는 술은 화요에 유자를 넣은 칵테일. 달콤하면서 쌉싸래한 맛이 일품이다.


화요만찬 기획 연재의 첫 회 주인공은 당연히 조태권 회장이어야 했다. 누구를 초청하느냐도 중요하고 어떤 메뉴가 나오느냐도 궁금하지만, 화요만찬이 무엇이고 왜 화요만찬을 열고 있는지 주인으로부터 직접 듣는 게 바른 순서이기 때문이다. 3월 만찬 준비가 한창인 지난 21일 서울 성북동 조 회장 집을 찾아갔다.

Q 3월 만찬엔 누가 초청되나요. 음식은 어떤 걸 준비하셨습니까.

 A “우리 회사에서 개발한 전통 증류소주 ‘화요’가 지난달부터 군에 납품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군대 간부들을 초청했습니다. 3월 메뉴는 ‘봄’이 주제입니다. 봄 채소를 곁들인 백골뱅이 무침과 봄나물 비빔밥·두릅산적 등 8가지 코스 요리를 준비했습니다. 모두 우리가 개발한 메뉴이지요.”

Q 만찬 내력이 궁금합니다.

 A “맨 처음 시작한 건 1997년입니다. 선친으로부터 이어받은 도자기 사업을 음식 쪽으로 영역을 넓혀가던 때였습니다. 한 달에 한두 번씩 꾸준히 열었고 2003년 한정식 레스토랑 ‘가온’을 열면서 중단했습니다. 2008년 가온이 문을 닫고서 작년에 다시 만찬을 시작했습니다.”

Q 화요만찬 참석자가 하나같이 대단하다고 들었습니다.

 A “우리나라 정·관·재·문화계 인사를 망라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외국인도 많았지요. 한 번에 열 명이 정원이니까, 지금까지 300명 정도 오신 것 같습니다.”

Q 초청자 명단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까요.

 A “작년에 새로 시작한 뒤로 참석한 명단 리스트를 드리지요.”

 조 회장으로부터 건네받은 만찬 참석자 리스트엔 다음과 같은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콘스탄틴 브누보브 주한 러시아 대사, 김한중 연세대 총장, 이춘호 EBS 이사장, 이인실 통계청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박영선 민주당 의원,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 정희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장, 정운천 한식재단 이사장, 김낙회 제일기획 대표, 김태영 전 국방부 방관,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스칸드 란잔 타얄 주한 인도대사….

Q 왜 이런 만찬을 열고 계십니까.

 A “음식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입니다. 먼저 음식이 있어야 하고, 술이 따라와야 하고, 음식을 담는 그릇이 필요하고, 음식을 먹는 식당이 필요합니다. 음식 하나를 두고 정말 많은 부문의 문화가 결합합니다. 음식을 함께 먹으며 이 주제를 공유하는 자리를 만든 것입니다.”

Q 한식 세계화 사업을 만찬이라는 방식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A “10여 년 전부터 누구도 관심 두지 않았던 한식 세계화 사업을 저 혼자 묵묵히 해왔습니다. 독불장군이라고 욕도 얻어먹었고, 돈도 수백억원이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일을 제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중앙일보도 2년 전부터 한식 세계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A “그래서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시내 식당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메뉴가 달라졌고, 인테리어나 청결 상태도 훨씬 좋아졌습니다.”

Q 지금 단계에서 한식 세계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A “아직은 전체적인 조화가 부족합니다. 음식 문화 전반이 부흥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각자 자기 입장에 맞는 한식 세계화만 주장하고 있습니다.”

Q 만찬에는 유명인사만 참석할 수 있나요.

 A “한식 세계화 사업에 동참할 수 있는 분을 초청합니다. 모든 문화는 상류에서 하류로 전파된다는 믿음도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꼭 저명인사만 참석하는 건 아닙니다. 경남 김해에 있는 김밥집 사장도 온 적이 있습니다. 요즘의 젊은 셰프들도 한번 부를 생각입니다.”

‘화요만찬’빛낸 3월의 메뉴

3월 ‘화요만찬’의 주제는 봄나물이다. 봄나물의 상큼한 맛과 풋풋한 향이 살아 있는 총 8가지 메뉴로 한식 코스 요리가 차려졌다. 만찬을 빛낸 세 가지 대표 요리를 소개한다.

참나물 킹크랩 냉채

땅과 바다의 봄맛이 동시에 느껴지는 전채요리다. 살짝 데친 참나물과 찐 킹크랩에 새콤달콤한 매실장아찌 소스를 곁들였다. 매실장아찌를 곱게 다진 뒤 식초·겨자·고추냉이 등과 섞어 만든 소스가 독특하다. 담백한 킹크랩과 쌉싸래한 참나물, 상큼한 소스의 훌륭한 조화가 겨우내 움츠렸던 입맛을 깨운다. 킹크랩에는 체내 지방 축적을 막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키틴과 간장 기능을 강화시켜 주는 타우린이 풍부하다. 참나물은 뇌의 활동을 활성화시켜 줘 치매 예방에 좋다.

씀바귀밥과 노루궁뎅이버섯의 전복구이

제일 먼저 구수하면서도 씁쓸한 향이 코를 자극한다. 그 정체는 바로 닭육수와 홍삼물이다. 씀바귀를 섞어 구운 밥, 닭육수에 살짝 데친 노루궁뎅이버섯, 찐 뒤 새우젓 양념을 얹은 전복 순으로 움푹 팬 접시에 쌓아 올린다. 여기에 닭육수와 홍삼물을 섞어 만든 묽은 소스를 붓는다. 세 음식의 각기 다른 향과 식감, 맛의 조화가 매혹적이다. 닭육수와 홍삼물을 혼합한 소스는 정성껏 달인 보약이나 다름없다. 서태후가 즐겨 먹었다는 노루궁뎅이버섯은 항암 효과가 있으며 위와 장질환 예방에도 좋다.

봄나물비빔밥과 쑥된장국

문헌에 따르면 비빔밥이란 말은 1800년대 말에 등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비빔 형태의 음식은 그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비빔밥에서 한국 문화의 특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여러 재료를 한데 모아 뒤섞는 요리법이 다양한 개성을 지닌 개체를 하나로 모으는 조화와 융합의 정신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돌나물·미나리·냉이·두릅·원추리 등 8가지 봄나물을 넣은 이 비빔밥엔 봄의 생성과 잉태의 기운까지 보태졌다. 곱게 다진 더덕장아찌와 콩가루가 들어간 고추장이 감칠맛을 더한다.

글=윤서현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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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광주요 회장

194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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