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나도 한전·설탕업체는 정부에 협조 … 이익 나는 정유사들, 성의표시라도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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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경 장관이 23일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중앙일보 에너지포럼에서 “국제유가가 내려도 국내 기름값은 내리지 않는다”며 역설하고 있다. [김태성 기자]


“영업이익이 나는 정유사들은 적자를 내고 있는 한국전력공사나 제당업계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다시 정유사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23일 오전 중앙일보 에너지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다.

 최 장관은 원가 관련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 정유사들에 강한 불만부터 터뜨렸다. 그는 “가슴이 아프다는데 (정유사들은) 머리와 발은 괜찮다고 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원가에 대한 제대로 된 자료를 요구했는데 엉뚱한 자료를 내고 버틴다는 것이다. 그는 “이걸로는 도저히 판단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가 자료는 영업비밀이라는 정유사들의 항변에 대해 “정유산업은 과점시장인만큼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이걸 남의 치마 속을 들추는 것으로 몰아가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연초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 관계부처 합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석유제품 시장의 구조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국내 기름값도 가파르게 오르지만 국제유가가 내릴 때도 국내 기름값은 내리지 않는 ‘비대칭성’이 주된 과녁이다. 하지만 기름값 TF는 2월 말로 예정했던 종합대책 발표를 이달 중순으로 연기했고, 2차 시한마저 넘긴 상태다. 최 장관은 이렇게 된 것이 정유사들의 불성실한 태도 때문이라고 질타한 것이다.

 최 장관은 이어 “이 상태에서 숫자를 가지고 빙빙 돌아야 답이 안 나온다”며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정유사들이 이익을 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전이나 설탕업체의 예를 들었다. 그는 “한전이나 설탕업체들이 이익을 내는가. 적자를 보는 데도 정부에 협조하는데 국민 복리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사들은 적자가 아니라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만큼 정부에 협조해 기름값을 내려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주변에서 어떻게 하느냐를 참고해야 한다”며 “성의표시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거듭 강조했다.

 이익을 내고 있으니 기름값을 내리라는 최 장관의 발언은 상당한 논란을 불러올 전망이다. 한전의 경우 정부의 가격 통제로 3년 연속 적자를 보는 바람에 해외 발전소 건설공사 입찰에서 서류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당업계는 지난해 국제 원당 가격 폭등에도 제품 가격을 제대로 올리지 못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1~63% 줄어드는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었다. 그 와중에 CJ제일제당과 대한제당의 최고경영자가 교체되기도 했다.

 정유업계에서는 이런 전철을 밟으라는 얘기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정유업체 고위 관계자는 “ 전체 이익 중에서 국내에서 석유제품을 팔아 버는 부분은 5%도 안 되고 수출과 화학제품, 윤활유 사업에서 대부분 나온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익이 났다고 기름값을 내리라는 것은 주주에 대한 배임이라는 주장도 했다. 다른 정유업체 관계자는 “이럴 거면 차라리 과거처럼 시장과 관계없이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고, 정유사는 공사화시켜라”고 말했다.

글=최현철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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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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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

[現] 지식경제부 장관

195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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