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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의 내 맘대로 베스트 7] 늦깎이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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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서른한 번째 장편영화를 만든 클린트 이스트우드


어느덧 팔순의 나이에 접어든 클린트 이스트우드. 올해는 그가 감독이 된 지 40년이 되는 해이며 ‘히어애프터’는 그의 서른한 번째 장편영화다. 마카로니 웨스턴의 아이콘에서 어느덧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장이 된 이스트우드. 그가 걸어온 길을 일곱 개의 이름으로 정리해 본다.

김형석 영화 칼럼니스트 mycutebird@naver.com

7영화감독

뒤늦게 시작한 감독이었고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80년대 후반부터 성숙된 모습을 보여 줬고 ‘용서받지 못한 자’로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과거 자신이 쌓아 올린 영웅주의를 마치 반성하듯 하나씩 무너뜨리는 이스트우드. 특히 2000년 이후 ‘미스틱 리버’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 ‘히어애프터’까지, 그의 영화는 현재 할리우드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깊이 있는 드라마다. 긴 세월을 산 ‘노인의 지혜’는 진심으로 우리를 위로한다.

6재즈 애호가

외로운 유년기를 피아노로 달래며 찰리 파커의 라이브에 매혹됐던 그는 파커에 대한 전기영화 ‘버드’를 만들기도. 96년 카네기홀에선 재즈 매니어 이스트우드를 위한 트리뷰트(헌정) 콘서트가 열렸으며, 그는 즉흥연주를 선보였다. 그는 “미국의 진정한 예술 두 가지를 꼽으라면 재즈와 서부극”이라고 말한다.

5시장

캘리포니아 토박이인 그는 주정부의 관료주의에 신물이 난 나머지 직접 정치에 뛰어들었고, 1985년 카멜시 시장이 된다. 정치적 성향은 공화당. 하지만 부시의 전쟁에 “자기 파괴적인 멍청한 행동”이라고 공개 비난하는 모습을 보면 정파를 넘어선 신념을 지녔다.

4형사

묵직한 44구경 매그넘 권총을 들고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경찰 ‘더티 해리’의 이미지는 분명 마카로니 웨스턴의 연장이었고, 당시 닉슨 대통령이 강조했던 ‘법과 질서’의 구현처럼 여겨졌다. 도덕적으로 모호하고 폭력에 중독된, 냉소적이고 고독한 이스트우드. 하지만 ‘그랜 토리노’에선 장렬한 희생자가 된다.

3무법자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황야의 무법자’ 주인공으로 제임스 코번을 생각했지만 개런티를 맞출 수 없었고, 1만5000달러에 이스트우드와 계약한다. 그렇게 그는 전설이 됐고, 판초를 걸치고 찡그린 얼굴로 시가를 문 모습은 할리우드 영화사상 가장 마초적이며 고독한 캐릭터가 됐다.

2카우보이

그는 무법자 이전에 정의를 수호하는 카우보이였다. 유니버설스튜디오에서 쫓겨난 뒤 방황하던 이스트우드가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계기는 TV 서부극 시리즈 ‘로하이드’. 무려 7년 동안 출연한 이 시리즈는 그에게 탄탄한 토대가 됐다.

1늦깎이

이스트우드는 느리게 걷는다. 20대 중반에 배우가 된 그는 30대 중반에 ‘황야의 무법자’로 빅스타가 됐고, 41세에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로 감독이 됐으며, 같은 해 ‘더티 해리’로 액션배우로 거듭난다. ‘용서받지 못한 자’로 처음 오스카 후보에 올랐을 땐 63세. 이후 남들은 은퇴할 나이에 젊은 시절만큼 왕성한 활동을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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