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현대중공업 ‘상선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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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 주총에서 정관 변경을 놓고 각을 세우고 있다.

 현대그룹은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의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를 반대하는 것은 경영권에 미련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만큼 이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상선은 25일 주주총회에서 우선주 발행한도를 현행 2000만 주에서 8000만 주로 늘리는 변경안을 상정한다. 이 안건과 관련해 현대상선 지분 23.8%를 보유한 현대중공업그룹이 사전에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25일 주총에서 정관 변경안이 통과되려면 출석한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전체 주식의 의결권 중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현대그룹이 행사할 수 있는 현대상선 의결권 지분은 42.3%다.

 현대상선이 우선주 발행한도를 확대하려는 것은 투자재원 마련 외에 의결권이 있는 우선주 발행을 통해 우호지분을 확대하려는 목적이 있다. 현대상선 측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해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불참해 더 이상 경영권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았는데 정관 변경에 반대하는 것은 경영권에 미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이에 현대중공업 측은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가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어 반대 의견을 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핵심은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7.8%다. 다음 달 현대건설 인수를 끝내는 현대차그룹은 현대상선 지분 처리방안을 놓고 고민 중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10일 고 정주영 명예회장 10주기 사진전에서 현대건설의 현대상선 지분 매각에 대한 질문에 “(현대그룹의 경영권 침해를 가리켜) 그런 치사한 짓 안 한다”고 못박은 바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그룹에 매각을 하더라도 주당 가치산정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채권단과 맺은 협약에서 당분간 현대건설 자산매각을 할 수 없는 점도 걸림돌”이라 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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