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이익공유제’ 찬반 양측의 몰이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김경묵
덕성여대 경영학과 교수

이익공유제를 둘러싸고 소모적인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초과이익공유제도’를 주장하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건강한 경제 발전을 위해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대편에선 시장경제 논리에 배치되고 실효성이 낮다고 비판한다. 이익공유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면서 2005년부터 지식경제부와 함께 이 제도를 보급해 온 필자는 이러한 소모적인 논쟁이 이익공유제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기업 간’ 이익공유제도는 정 위원장과 그 비판자들이 이해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엄연히 존재하는 ‘관행(practice)’이다. 이익공유(profit sharing) 제도는 종업원과 기업주가 목표를 초과한 이익을 나누는 것뿐 아니라 기업과 기업이 공동 혁신의 성과를 나누는 것을 가리킨다.

 이를테면, 수요 기업과 공급사가 부품의 국산화, 원가절감, 품질 및 배송 개선, 신제품 개발 등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고, 이익이 나면 사전에 정한 방법에 따라 나누는 것이다. 이 제도는 공유 대상 기업이 분명하고, 일상적인 영업활동이 아닌 혁신활동을 대상으로 하며, 공급사의 기여 정도를 측정할 수 있고, 공급사의 혁신 동기를 직접적으로 자극한다는 점에서 정 위원장이 제시한 ‘초과’이익공유제와 크게 다르다.

 이익공유제도는 수요 기업과 공급사 간의 신뢰를 촉진하고 공급사의 혁신을 자극한다는 장점 때문에 일본·미국·영국 등 국가의 유수 기업들이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과 영국 정부는 정부가 발주하는 재화나 용역에까지 이익공유제를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관급공사를 수주한 민간 기업이 신공법을 도입해 정부가 최초 발주한 내용보다 품질을 높이고 원가를 떨어뜨렸다면, 정부는 그 이익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해 민간기업과 50 대 50으로 나눈다.

 이익공유제는 성과공유(benefit sharing)제로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성과공유제라는 용어가 정착하게 된 것은 이익공유제가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무관하지 않다.

 이익공유제도를 잘 운용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 해소는 물론 산업 고도화를 꾀할 수 있다. ‘초과’이익공유제도가 지니는 몇 가지 문제점을 이유로 이익공유제 자체를 배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경묵 덕성여대 경영학과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