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재개발 활기 … 올 서울 7000가구 추가 공급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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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건설업계의 숙원 사안이지만 주택 소비자 입장에서는 썩 반갑지 않다. 분양가가 오르는 게 분명한데 좋아할 수요자는 없다. 다만 막혔던 주택 공급이 활성화함으로써 전세난 등 시장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상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은 것이다.

 상한제 폐지 방안은 앞으로 국회 통과 절차가 남은 가운데 주택업계가 거는 기대가 크다. 상한제와 연동된 분양권 전매제한 등의 규제가 함께 사라져 분양시장이 활기를 띨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급이 많이 늘어날 곳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이다. 상한제 적용 땐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비싸게 받을 수 없어 조합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상한제가 폐지될 때까지 분양을 미룬 재개발·재건축 구역이 적지 않다. 실제 다음 달 초 분양하려던 서울 마포구 신공덕6구역과 옥수동 옥수12구역, 화곡동 화곡3지구 등지는 상한제 폐지 이후로 분양을 미뤘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서울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 2만6000여 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상한제가 폐지되면 이보다 30% 정도 많은 3만3000여 가구가 연내 나올 것으로 추정한다. 옥수12구역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백천기 분양소장은 “사업심의 등이 연기된 데다 상한제 폐지 이후 분양하자는 조합원이 많아 일정을 연기했다”고 전했다.

 부동산업계는 수도권 주요 지역의 미분양 판매 촉진에 기대를 걸고 있다. 별내지구 동익미라벨 김홍석 분양소장은 “상한제 폐지로 분양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수요자들의 문의 전화가 슬슬 걸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상품별로는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고가의 고급 주택이나 중대형 아파트 개발이 활기를 띠게 됐다. 이들 상품은 주택시장 침체 탓도 있지만 상한제로 인해 제값을 받지 못해 분양이 뜸했다. 친환경 주택도 마찬가지다. 친환경 주택은 건축비가 많이 들지만 상한제에서는 건축비를 모두 인정받지 못했다.

 분양가 상승이 현실화하면 불리해지는 쪽은 주택 수요자들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실장은 “분양시장이 썩 좋지 않아 건설업체들이 당장 분양가를 올리기 어렵겠지만 청약 경기가 살아나면 서울 재개발·재건축 등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가가 급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야당도 ‘분양가 인상→주변 불안→분양가 인상’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상한제 폐지가 주택 수요자에게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 분양하는 단지는 계약 후 1~3년간 분양권을 팔 수 없는데, 전매가 가능해진다. 재당첨 금지 규제도 더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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