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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광주경찰청 정면충돌 치닫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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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강진군번영회 관계자 등 강진군민 40여명은 21일 광주시 광산구 소촌동 광주지방경찰청 정문 앞에서 강진군민장학회에 대한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할 것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했다. [뉴시스]


황주홍 전남 강진군수가 광주경찰청의 장학재단 수사가 과도하고 강압적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잇단 경찰 수사와 3차례의 감사원 감사가 특정 정치세력의 압력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수사 결과를 놓고도 공방이 계속될 전망이다.

 황 군수는 21일 군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직원들은 이제 그만 놔두고, 나를 소환해 조사해주기 바란다”며 “저를 제외한 다른 공무원들은 3월 말까지만 수사에 협조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황 군수는 “광주경찰청이 석달 동안 군청과 장학재단·사업자들을 이 잡듯 뒤져 공무원들은 쓰나미를 맞은 듯 초토화됐고,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고 주장했다.

 황 군수는 “같은 사안에 대해 두 번씩 압수수색하고 수색을 당하는 공무원들의 심리상태와 업무 마비를 아랑곳하지 않는 경찰의 인식체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절망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국민권익위원회·검찰 등에 관련자들의 처벌을 요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지난달 24일 강진군청을 압수수색했던 광주경찰청은 18일 다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또 3일 공무원 20명의 인적사항 등을 제출받아 조사한 데 이어 16일 공무원 400명의 인적사항을 요구했다. 강진군 농협 지부와 광주은행 지점에 대해서도 세 차례 관련 계좌를 추적하고, 이들 기관 근무자들을 조사했다.

 황 군수는 “장학금 기탁 업체들에 대해서도 군수와 공무원들의 강요에 의해 냈다는 진술을 얻어내기 위해 석달째 마구잡이식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강진군민 40여명은 21일 광주경찰청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수사가 황 군수를 겨냥한 특정세력의 압력에 의해 이뤄지고, 무리한 수사로 군청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며 군 이미지가 크게 손상됐다”며 수사 중단을 촉구했다.

 강진군은 지난해 4월 전남경찰청의 수사를 받았으나 위법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12월부터 다시 광주경찰청의 수사를 받고 있다. 감사원으로부터도 3차례나 감사를 받았다.

 이에 대해 광주경찰청은 “군청 담당자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조직적으로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정황이 담긴 문건 발견돼 형사소송법과 범죄수사규칙에 따라 직원들에게 사무실에서 나가 줄 것을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교육발전팀장이 수 차례 문을 열고 들어와 문을 잠그고 압수수색을 했으며, 이를 감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다”고 설명했다.

 ‘정치 세력과 결탁’이란 주장에 대해서는 “관급 공사 수주업체의 진술에 의해 수사에 나섰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진군은 2005년 군민장학재단을 설립, 기금 200억원을 조성했다. 군비 출연금과 이자 수입을 제외한 모금액은 110억원이고, 1만5484명의 주민·출향인 등이 참여했다. 장학재단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중·고교 심화학습과 해외 어학연수, 원어민 보조교사 배치, 학교 시설 개선 등을 지원했다.

이해석·유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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