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정쟁만 하면서 무슨 유급 보좌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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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박태희
사회부문 기자

“서울시의회는 사실상 감시 사각지대에 있다. 지방의 시민단체는 지방의회를 감시하지만 서울의 시민단체들은 시의회보다는 국회 감시에 치중해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미영 정치입법팀장의 지적이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서울시와 시의회는 ‘시정개발연구원 파견 용역 조사원 인건비’라는 명목으로 지난 5년간 100억원의 시의원 보좌관 급여를 편법으로 지급해 왔다.

 지난해 12월 행정안전부가 “유급보좌관을 두는 것은 지방자치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는데도 다음 달부터 1차로 석 달간 7억원에 달하는 보좌관 급여를 지급할 계획이다. 이런 내용의 본지 보도(2011년 3월 21일자 22면)가 나가자 누리꾼들은 분노하고 있다.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나왔다. “시와 사사건건 대립하며 세금을 축내는 지방의회는 전면 검토돼야 한다.”(아이디 김**), “지방자치제를 계속하다간 나라 거덜 난다.”(아이디 soo**)

 서울시의회는 교육예산(7조원)까지 포함해 한 해 30조원의 예산을 다루는 곳이다. 시의회에서 심사하고 만드는 예산과 조례는 1000만 서울시민에게 직접적 영향을 준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에서는 제대로 된 행정 감시와 입법 활동을 위해서는 광역단체에도 의원 보좌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 시의회의 모습을 살펴보자. 시의회와 서울시는 사사건건 싸우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와 오세훈 시장은 물과 기름같이 결코 섞일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생산적 논의’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렇게 정쟁에만 몰두하는 시의회가 “유급보좌관이 필요하다”고 하면 시민이 납득할 수 있을까. 시의회도 이를 잘 알았나 보다. 시민 몰래 편법으로 유급보좌관을 뒀으니 하는 말이다. 시민들은 지금 분노하고 있다. 허튼 곳에 세금을 쓰라고 허락할 시민은 없다. 시의회는 먼저 열심히 일하라. 이것만이 시민을 설득하는 길이다. 그러고 나서 정부에 지방자치법 개정을 요구하는 게 마땅하다.

박태희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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