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객원기자의 ‘미국 대학농구 현장’] 이러니 미치지 … 시드 1·2·3번 명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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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포 듀크대의 안드레 다우킨스(오른쪽)가 21일(한국시간) 미국대학농구 토너먼트 32강전에서 미시간대 수비를 따돌리고 슛을 쏘고 있다. 듀크대가 73-71로 이겼다. [샬럿 로이터=연합뉴스]


NCAA(미국대학스포츠연맹) 대학농구 토너먼트의 가장 큰 재미는 바로 ‘이변’이다. 약팀이 강팀을 잡는 이변이 속출해서 보는 사람을 열광하게 만든다. 그래서 3월의 광란(March Madness)이란 별명이 붙은 모양이다.

 21일(한국시간) 경기에서도 이변이 이어졌다. 이스트 콘퍼런스 3번 시드이자 농구 명문으로 유명한 시러큐스대가 11번 시드 마르케트대에 62-66으로 발목을 잡혔다. 시러큐스는 이 경기에서 턴오버 18개를 쏟아냈다. 시러큐스 감독은 “턴오버가 패인이었다”고 말했다. 단기전에서 이런 실책을 한다면 이길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사우스웨스트 콘퍼런스 2번 시드 노트르담대는 10번 시드 플로리다주립대에 당했다. 플로리다주립대의 71-57 완승이었다. TV 중계를 보면서 팀 이름에 붙어 있는 시드 번호가 맞는 건지 내 눈을 의심했다.

 최대 이변은 따로 있었다. 20일 경기에서 사우스이스트 콘퍼런스 톱시드 피츠버그대가 버틀러대에 일격을 당했다. 승패는 어이없는 파울 한 개로 갈렸다. 두 팀이 70-70으로 맞서고 있던 종료 0.8초 전 피츠버그대의 나시르 로빈슨이 불필요한 파울을 저질렀다. 버틀러대가 이때 얻은 자유투 두 개 중 한 개를 성공시키면서 16강에 올랐다. 순식간에 ‘역적’이 돼버린 로빈슨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심판 잘못이 아니라 내 잘못”이라고 하다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미국대학농구에서는 패한 팀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20세 전후의 어린 선수들이라서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또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승부처에서 불필요한 파울을 하거나 실책을 쏟아내기도 한다. 그래서 대학농구 토너먼트에서는 이변이 속출한다. 물론 그래서 더욱 재미있다.

 미국대학농구는 선수보다 팀이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특정 선수가 대량득점을 하면서 경기를 이끄는 게 아니라 늘 팀워크를 강조한다. 예외인 팀도 있는데, 바로 짐머 프레데트가 이끄는 브리검영대(BYU)다. 프레데트는 이번 시즌 평균 28.8점을 올린 득점왕이다. 경기하는 모습을 보니까 슛만 좋은 게 아니라 크로스오버 드리블 같은 개인기도 뛰어났다. 하지만 득점 욕심이 많아서 어시스트 능력이 떨어졌다. 프레데트가 동료에게 공을 빼주는 능력만 있다면 BYU가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BYU는 16강에서 UCLA와 격돌한다.

 21일 경기가 끝나면서 ‘스윗 식스틴(Sweet Sixteen)’으로 불리는 16강이 모두 가려졌다. 앞으로는 또 어떤 이변이 일어날지 궁금하다.

중앙일보 객원기자

이상민은 …

■ 생년월일 : 1972년 11월 11일

■ 출신학교 : 홍대부중 - 홍대부고 - 연세대

■ 프로농구 경력 : 1998~2007년 KCC(전신 현대 포함), 2007~2010년 삼성, 현재 미국 연수 중

■ 주요 수상내역 : 97~98·98~99 정규리그 MVP, 2003~2004 챔피언결정전 MVP, 9시즌 연속 프로농구 올스타 팬투표 1위(2001~2002 시즌부터 2009~2010 시즌까지)

■ 가족 : 아내 이정은(39)씨, 딸 현조(11)양, 아들 준희(9)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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