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따돌림 어떻게 막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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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일은 부모에게도 큰 스트레스다. 부모 눈에 모범적이고 성실해 보이는 자녀가 따돌림을 당할 땐 더욱 그렇다. 서울고명초 김수정 교사는 “초등학교 시절의 따돌림 현상은 대개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며 “시간이 흐른 뒤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에 학교와 가정의 평소 관찰·관리로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상 - 모범생인 아이가 따돌림 당하기도

“요즘 아이들은 과감하고 집요합니다. 따돌림 사건을 조사하던 교사도 놀랄 때가 많죠.” 최근의 따돌림은 겉으론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저 밥을 따로 먹고, 어울리는 무리가 다른 정도로 보일 뿐이다. 하지만 피해 어린이가 느끼는 심리적 압박은 훨씬 커졌다.

한 교실 내에서 따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피해 어린이가 다른 반에 있는 친구조차 만나지 못하도록 만든다. 인터넷과 핸드폰 문자는 가해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발신번호표시를 하지 않고 악랄한 문자를 보내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주기도 한다. 통신사에서 추적해도 발신자를 찾을 수 없도록 전혀 관계 없는 사람의 휴대폰을 사용해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김 교사는 “일단 따돌림이 시작되면 근본 원인이 제거되지 않는 한 가해 어린이들은 멈추지 않는다”며 “단순히 어른들이 ‘잘 지내라’고 타이르는 것으로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원인 - 피해자=가해자였던 경우 많아

초등시절 따돌림 현상의 근본 원인은 어린학생들이 아직 대인관계를 맺는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피해를 당한 어린이가 알고 보면 과거에 가해자였던 경우가 적지 않다. 피해 어린이도 나에게 피해를 준 친구에게 똑같이 되갚아주는 식의 대처밖에 모르는 경우가 많아 피해가 더 커진다. 김 교사는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들이 뭉쳐서 가해자가 되는 것이 ‘왕따’ 사건 속에 가려진 진실”이라며 “가해 어린이를 상담해보면 눈물을 쏟으며 피해 어린이를 성토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수시로 명령식 어조로 말하며 친구들 사이에서 군림하려 들거나 조별 모둠 활동 시간에 공개적으로 욕설을 퍼붓는 식의 행동이 이에 해당된다. 선생님 앞에선 모범생처럼 행동하지만 친구들끼리 있을 땐 태도가 돌변하는 어린이도 많다. 피해 어린이가 이런 행동을 지속하게 되면 시간이 흐를수록 불만을 가지게 되는 친구가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들이 뭉쳐 기존의 가해 어린이를 따돌리기 시작한다.

해결 - 평소 부모 관찰도 중요

회복되기 어려워 보이는 따돌림 현상은 어른의 적절한 개입으로 개선할 수 있다. 김 교사는 “가해 어린이에겐 상대의 불쾌한 행동에 똑같이 받아치는 대신, 내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연습을 시켜보라”고 권했다. 원색적인 모욕에 단호하게 불쾌감을 표현하고, 폭력과 욕설을 사용하지 않고도 내 감정을 표현하는 식이다. 피해 어린이에게도 지도가 필요하다. 김 교사는 “피해 어린이를 불러 상담해보면 그 동안 자신이 뭘 잘못해서 친구들에게 외면 당했는지 전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자신의 잘못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말해주면 깜짝 놀라며 뒤늦게 깨닫고 상당 부분 교정된다”고 말했다. 평소 가정에서의 관찰도 중요하다. 자녀의 또래 친구를 집에 초청해 함께 놀게 하면서 자녀의 대인관계 맺는 방식을 살펴보는 식이다. 일방적인 자기중심적 행동이나 비속어의 잦은 사용, 친구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을 보인다면 나중에 아이의 행동을 지적하며 교정할 것을 권유한다.

# 자녀 대인관계 개선, 이렇게 지도하세요

1. 수업·야외활동 시간에 친구를 배려한다
2. 고운말을 사용한다
3. 모임활동을 할 때 군림하지 않는다
4. 친구의 잘못을 고자질하지 않는다
5. 친구의 흠을 잡는 식으로 대화하지 않는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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