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박근혜 한마디에 … 정부도 시장도 움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가보면 정말 ‘피아 구분’이 안 됩니다. 여당 의원들이 정부에 더 공세적일 때가 많아요. 그럴 땐 재정부 출신의 야당 의원이 오히려 ‘친정’ 편을 들어주기도 합니다.”

 국회를 자주 오가는 기획재정부 한 관료의 말이다. ‘야당보다 깐깐한 여당 의원’으로 자주 언급되는 이들은 공교롭게도 대부분 친(親)박근혜계다. 국가 부채 문제를 매섭게 질타해 온 이한구 의원, 이슬람 채권인 ‘수쿠크’ 법안 저지를 주도하고 있는 이혜훈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박근혜(사진) 전 대표 본인도 기재위 소속이다. 정치 현안에 대해선 말을 아끼지만, 소속 상임위와 관련된 문제에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는 편이다. 그때마다 정책이 탄력을 받거나 지체되고 흐름이 확 바뀌기도 한다. 지난해 말 벌어진 감세 논쟁이 대표적이다. 그러다 보니 ‘경제 컨트롤타워’ 재정부 내에서 박 전 대표는 이미 ‘잠재 권력’을 넘어서 ‘현실 권력’이 되고 있다.

 그의 말은 정책 당국의 오랜 관행을 바꿔놓기도 한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국처럼 매년 세제 개편을 연례 행사처럼 하는 나라도 없다. 이래서야 국민이 어떻게 세제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매년 8~9월이면 400개가 넘는 세제 개편안이 무더기로 쏟아지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개편 효과를 평가하기도 어렵고 항목 간 충돌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 덧붙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답했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연초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세제 개편과 통상적 세법 개정을 분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세제 개편은 새 정부 출범 같은 큰 환경 변화가 있을 때만 하고 평년에는 그때 그때 세법 개정으로 대처하겠다는 설명이었다.

 과천 관가는 박 전 대표가 지난 연말 꺼내든 복지 화두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관련 부서들이 부산하게 움직였고 태스크포스(TF)도 구성했다. 또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토론을 벌이는 등 ‘복지 열공’ 모드로 들어섰다. 물론 민주당의 무상복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지만 재정부로선 이례적으로 발 빠른 대응이었다. 복지 포럼에는 박 전 대표의 경제 브레인으로 꼽히는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도 초청됐다. 한 관료는 “예산실뿐 아니라 경제정책국·세제실 등에서 20여 명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박 전 대표는 부쩍 경제 관련 언급을 자주 한다. 관심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9일 기재위에선 ‘성장보다 물가’라는 입장에서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 중심치를 3%에서 2%로 낮춰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선 이미 ‘경제 권력 박근혜’의 힘이 작동 중이다. 연초 이후 증시를 후끈 달궜던 ‘저출산 대책 테마’ ‘물 테마’ ‘평창 올림픽 테마’는 모두 박 전 대표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서경호·최현철·조민근·임미진 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한나라당 국회의원(제18대)

1952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