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락형 송년회가 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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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주를 마시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향락형’ 송년회를 거부하고 의미와 실속을 찾으며 한해를 보내는 사람들이 늘고있다.   
 
이웃과 함께 정을 나누는 '봉사형'과 새 천년을 준비하는 '다짐형',스키장·산장 등을 찾는 '레저형',친·인척 끼리 모이는 '가족형’ 송년 모임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봉사형=한진해운 서울지점 직원들은 송년모임 회식비로 어린이들에게 줄 선물을 마련,오는 23일 서울관악구봉천동에 있는 한 보육원을 찾을 예정이다.

대한항공 외국인 기장 50여명도 20일 결식아동 20명을 자신들이 묵고있는 호텔로 초청한다.
 
올해 송년회 회식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삼성그룹 관계자는 "봉사로 송년회를 대신하는 모임이 그룹 내에 1천개 이상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짐형=이랜드는 올 송년모임에서 한해 동안 가장 고마웠던 사람에게 편지를 쓸 예정이다.
또 '김밥으로 점심을 자주 때웠던 창업 당시의 각오를 되살리자'는 취지로 직원들이 함께 김밥을 만든다.
 
심한 경영난을 겪고있는 K건설은 19일 전 직원이 새벽산행을 하며 내년에는 반드시 흑자를 내자는 각오를 다질 계획이다.
 
◇레저형=지난 11일 한 스키장에서는 금융기관 두 곳의 송년모임이 열렸다. 이 스키장의 단체예약 문의는 지난해에 비해 두 배 규모로 늘었다.
 
레저이벤트업체인 K사 직원은 "올해는 산장·농원에서 조용히 송년회를 치르고 싶다는 주문이 많아 경기·강원의 운치있는 산장 등은 더 이상 예약이 안된다"고 말했다.
 
◇가족형=의료기판매업체 프레제니우스는 18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직원들의 배우자·자녀까지 한자리에서 식사를 하며 올해 회사에서 벌어진 다양한 일들을 담은 비디오를 볼 계획이다. 
 
롯데호텔 예약부 직원은 "하루 7∼8건의 모임중 2∼3건은 가족동반 모임"이라며 "특히 동창회·친목회 모임은 대부분 부부동반"이라고 말했다. 

이상언 기자 <joo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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