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리서치 센터장 10인에게 물어봤다, 한국 경제·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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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가 점입가경이다. 방사능 유출 우려가 덮치면서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섰던 세계 증시는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중동·북아프리카의 민주화 운동에 따른 유가 급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극도로 커진 상태다. 한국 경제의 앞날도 한 치 앞을 점치기 어렵다. 17일 국내 주요 10대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에게 긴급 설문했다.

김창규·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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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일본 원전 방사능이 대량 유출될 경우 일본 경제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방사능 유출로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지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하지만 방사능 유출 피해가 더 이상 확산하지 않을 때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10명 가운데 6명은 국내 경제에 제한적이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3명이 실보다는 득이 많을 것으로 전망했으며 1명은 중립적이었다.

 양기인 대우증권 센터장은 “일본의 전력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면 한국 경제는 부품 공급 부족에 따른 비용 증가와 일본 수요 부진으로 성장률에 부담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김지환 하나대투증권 센터장은 “심리적 부담은 있지만 과거보다 낮아진 대일 교역 비중, 일본의 생산 차질에 따른 한국 기업의 반사이익을 고려한다면 실보다는 득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변수를 묻는 질문(중복 응답)에 5명이 환율을, 4명이 유가를 꼽았다. 일본으로부터의 부품 조달(2명), 세계 경제 회복(1명), 금융시장 경색 가능성(1명) 등의 의견도 있었다.

 한국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로 꼽은 환율의 경우, 10명 중 7명이 엔화 가치의 약세를 예상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센터장은 “엔화는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한 엔화 수요 확대 기대와 투기 세력의 가세로 당분간 강세를 보이겠지만 피해복구 비용 산정이 구체화되고 본격적인 복구가 시작되면 약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편은 아니었다. 향후 한두 달 사이 코스피 저점을 묻는 질문에 5명이 1900선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이라고 답했고 2명은 1880선까지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3명은 당분간 변동성이 클 것이라며 구체적인 지수 전망은 하지 않았다.

 유재성 삼성증권 센터장은 “1900선에서 2100선까지 반등할 것”이라며 “올 1분기에 국내 증시가 여러 가지 위험을 반영했다는 점이 오히려 긍정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연말에는 2300~2400선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 주식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답이 크게 갈렸다. ‘사자’와 ‘지켜보자’가 50대 50으로 팽팽했다. 그만큼 주식 전문가도 현 장세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센터장은 “대형 사건이 주는 경제적 충격은 당연히 부담요인이지만 투자 판단의 근거는 실질금리(자본비용) 대비 주가 수준(밸류에이션)이 높으냐, 낮으냐가 돼야 한다”며 “현 국면은 가격으로 볼 때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세계 금융시장이 ‘동일본 대지진 쇼크’로부터 벗어나는 시점에 대해서는 7명이 ‘1~2개월 이내’라고 응답했다.

10대 증권사 센터장 설문 (단위 : 명)

■ 1 ~ 2개월 내 주가 저점은?

- 1900대에서 등락 … 5

- 최악의 경우 1880 … 2

- 당분간 변동성 클 듯 … 3

■ 지금 주식투자 어떻게?

- 매수 기회 … 5

- 관망 … 5

■ 유망 투자 상품은? (복수 응답)

- IT·철강·정유·화학·자동차 종목 … 9

- 대체에너지 관련주 … 4

- 기타 (적립식 펀드, ETF, 중국 관련주 등) … 5

■ 향후 엔화 환율 흐름은?

- 단기 강세, 중장기 약세 … 6

- 단기 강세, 이후 정상 흐름 … 2

- 강세 … 1

- 약세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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