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전력선 복구 시작 … “이르면 오늘 2호기 전원 연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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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전력은 두 가지 수단을 병행했다. 도호쿠(東北)전력의 전력선을 끌어오는 것과 동시에 이동식 발전기도 현장 부근에 배치했다. 17일 오후 전선 연결 작업이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원자로와 사용후 핵연료가 보관돼 있는 수조의 상태를 감안할 때 늦어도 19일 전에는 전기가 공급돼야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전력은 17일 밤 기자회견에서 "18일 이후에나 외부전원이 처음으로 2호기에 연결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전원이 공급돼도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장문희 박사는 “전기가 공급돼 원자로와 사용후 핵연료 저장 수조에 냉각수를 공급하려고 해도 펌프·배관이 제대로 살아 있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1~4호기는 수소폭발, 또는 화재로 원자로 건물이 심하게 파손된 상태다. 건물 외벽과 천장 상당 부분이 박살났다. 그 속에 있는 주요 펌프와 배관도 파손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원전 내 전기 배선도 손상됐을 수 있다. 그런 상황이라면 냉각수 펌프와 연결되는 각종 전원 케이블을 직접 연결해야 한다. 다른 작업과 마찬가지로 원자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방사선 때문에 작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원자로를 냉각시키는 주요 펌프는 10대 정도다. 1차 냉각 펌프, 비상 냉각펌프, 순환 냉각수 펌프가 각각 1~4대씩 설치돼 있다. 후쿠시마 원전 1~4호기의 냉각수 펌프는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1분당 100~130t의 물을 주입할 수 있는 용량으로 추정된다. 그 정도 용량이라면 배관 지름이 40~60㎝ 정도이고, 펌프 한 대가 교실 한 칸을 차지할 만큼 규모가 크다. 덩치가 커서 그만큼 손상 가능성도 크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이들 펌프가 물에 잠겼거나 현재 잠겨 있다면 누전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펌프 전원 스위치를 넣기 전에 이런 점을 면밀히 점검하지 않으면 펌프 손상과 작업자의 부상도 우려된다. 승률이 아주 희박한, 하지만 꼭 이겨야 하는 ‘핵과의 싸움’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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