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원자로 연료봉 녹아 바닥 뚫리면‘방사능 마지노선’ 폭발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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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3기가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1, 2, 3호기 원자로에서 동시에 노심이 녹아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원자로가 폭발하거나 녹아내린 노심이 원자로를 뚫고 나올 경우 현재 격납용기가 파손된 원자로에서는 엄청난 방사능이 유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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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호기의 경우 이미 원자로를 보호하는 최후의 방어선인 격납용기가 파손된 상태다. 3호기의 격납용기도 파손 가능성이 제기됐다.

 문제는 원자로 내부에 지금도 엄청난 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재 유출되는 방사선이 너무 강해 작업자들이 제대로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냉각수가 제대로 공급이 안 돼 원자로 노심의 용융을 막지 못하고 있다.

 향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원자로 내 압력이 높아져 증기폭발을 일으키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 가능성은 원자로가 폭발하지는 않은 채 녹아내린 노심이 원자로 바닥을 뚫고 유출되는 것이다.

 증기폭발은 원자로 안의 노심이 녹는 상황에서 온도와 압력을 잡지 못해 일어날 수 있다. 원자로 안에는 엄청난 열과 함께 노심이 녹으면서 수증기와 수소가 발생한다. 주기적으로 수증기와 수소를 빼 주면 폭발까지는 막을 수 있지만 노출되는 방사선 때문에 구조대가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원자로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증기와 수소 등 기체의 압력을 견뎌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노심용융으로 원자로도 이미 상당히 약해진 상태다. 이는 평상시 압력보다 약한 압력에도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심용융에 의해 원자로 밑바닥이 뚫리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원자로 내부 핵연료봉의 피복은 지르코늄 합금으로 섭씨 1200도 정도에서 녹고, 그 속의 우라늄 원료는 대략 섭씨 2800도에서 녹기 시작한다. 핵연료봉이 지금처럼 계속 녹아내린다면 액체 상태의 우라늄은 원자로 밑바닥에 고이면서 원자로를 뚫고 격납용기 밑에 고인다. 이 경우 2호기처럼 격납용기가 파손돼 있다면 그 틈으로 엄청난 방사능 물질이 새나갈 수 있다.

 원자로 밑바닥이 뚫리면서 벌겋게 달아오른 다량의 액체 우라늄과 격납용기 안에 있던 냉각수가 만나는 순간에도 폭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그 순간 물은 수소와 산소로 분해되거나 수증기로 변하면서 냉각수가 차지하던 부피를 순식간에 1000배 이상 부풀리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수소폭발로 약해져 있는 격납용기가 엄청난 폭발력을 견디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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