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상공 방사능 치명적 수치 … 자위대 헬기 ‘바닷물 퍼붓기 작전’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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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전력이 16일 공개한 후쿠시마 제1원전 3, 4호기(왼쪽부터) 모습. 수소 폭발이 일어났던 3호기는 외벽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AFP=연합뉴스]

16일 자위대가 후쿠시마 원전 냉각을 위해 헬기를 동원해 바닷물을 퍼올리고 있다. 그러나 자위대는 원전 상공의 방사선량이 많아 작전을 취소했다.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 핵연료도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3, 4호기 원자로 건물 수조에 담가 놓은 사용후 핵연료에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아 수조 물이 거의 증발해 버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NHK방송이 16일 보도했다. 4호기에서는 사용후 핵연료의 열 때문에 화재도 두 번이나 발생했다. 통상 사용후 핵연료는 수조에 담가 놓아도 계속 냉각수를 공급해 수조 물을 섭씨 45도 내외로 유지해야 한다.

 4호기뿐만 아니라 1~3호기 사용후 핵연료 수조에도 냉각수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심각할 정도로 열이 오르고 있다. 이 열을 잡지 못하면 4호기처럼 수조가 마르고 원자로 폭발보다 더 많은 방사능이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 1~3호기 사용후 핵연료 수조는 이미 수소 폭발로 지붕까지 날아간 상태다. 외부에 그대로 노출돼 있어 방사능 물질 확산을 막아줄 어떤 보호막도 없는 상태다. 4호기 수조도 건물 내부에 있다고는 하지만 건물이 파손돼 방사선과 방사성 물질이 대거 유출되고 있다.

현재 각 수조에는 수백t씩 사용후 핵연료가 쌓여 있다. 그것들이 화재와 고열로 녹아 내리거나 파손된다면 외부로 퍼져나갈 방사능 물질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진다.

 현재 냉각수가 마른 수조에서는 작업자들이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방사선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일본 자위대도 16일 헬기를 동원해 3호기 수조 위에 바닷물을 퍼부으려고 했으나 높은 방사선 수치 때문에 취소했다. 사용후 핵연료는 원자로에서 막 꺼냈을 때부터 10여 일까지는 시퍼런 불이 이글거릴 정도로 엄청난 열을 내뿜는다. 시일이 지나면서 점차 잔열(殘熱)이 줄어들지만 수년 동안은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미국 정책연구원(Institute of Policy Studies)의 로버트 알바레즈는 “ 사용후 핵연료에서 세슘 137이 10%만 방출돼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보다 더 큰 면적이 오염된다”고 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사용후 핵연료=이산화우라늄 분말을 도기(세라믹)로 구워낸 작은 실린더형 모양의 핵연료심(펠릿)을 금속관에 넣어 밀봉해 만든다. 원자로 안에서 핵분열 과정을 거친 뒤에는 핵연료봉을 꺼내 냉각수가 가득 찬 수조에 담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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