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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원전, 쓰나미 대비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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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경민
한양대 정외과 교수

규모 9를 기록하는 대지진의 영향으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들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은 아닌가라는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제1호기의 외벽이 폭발했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만 해도 방사능 누출이 조금 있지만 크게 위태롭지 않고 원자로를 감싸고 있는 격납고는 큰 문제가 없어 그나마 괜찮은 듯했다. ‘원자로 내부의 뜨거운 온도를 식혀야 하는 냉각장치가 작동되지 않아 바닷물을 집어넣는다’는 소식은 ‘원전 포기’라는 마지막 수단을 동원한다는 말이어서 이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가라는 불안이 커져 갔으나, 바닷물로 원자로 내부 열을 식힐 수만 있다면 최악의 절망은 아니기에 불안하지만 지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제2호기의 폭발이 있고 나서의 소식은 격납용기마저 문제가 생겼다는 것으로 방사능 누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판단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격납용기에 금이 가고 원자로 내부의 열을 식히기 위해 바닷물을 주입하려는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내부의 압력이 너무 높아 바닷물을 집어넣을 수 없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원자로를 식힐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게 되면 방사능 누출은 필연적이고 어디까지 가야 멈추게 될지, 그곳의 형편을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상태지만, 원자로가 녹아내려 대규모 방사능이 누출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전기를 만들기 위한 원자력 발전소는 원자로를 가동하기 위한 소형 화력 발전소를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도 원자로 1 기 당 7000∼8000㎾ 디젤 화력 발전소 2기가 붙어 있고, 지역본부에 비상용 이동식 발전기도 구비돼 있을 만큼 원자로 가동 발전설비는 중요하다. 일본의 원자력 참사는 지진보다 원자로 가동 발전설비들이 쓰나미에 망가졌고 그 결과 원자로를 냉각하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방사능 누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총 54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일본은 원전의 안전 운용으로 명성이 높았는데 이번 참사를 계기로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20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운용하고 있는 한국은 2025년까지 18기의 신규 원전을 건설해 총 전력의 50% 이상을 원자력 발전으로 충당할 계획을 갖고 있다. 원전 가동률이 94%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발전 경험을 갖고 있는 한국이지만 일본 사태를 보면서 안전 점검 목표를 한층 더 높여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에도 대처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겠다.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하지 않아 원전 가동이 상당히 안전하다고 평가해 온 한국이지만 크고 작은 지진이 1 년에 1 만 번 정도 발생하는 일본이 한국 바로 곁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지진이 한국의 원전 가동 안전에 큰 변수로 확인되고 있다. 일본 서쪽에 큰 지진이 일어나 쓰나미가 한반도 동해안으로 몰려올 경우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교훈을 던져 주고 있는 것이다. 비상시를 대비한 평소 위기관리 훈련도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건성건성 하는 위기대처 훈련이 아니고 일상 생활 속에서 습관이 돼야 한다.

 석유를 거의 전량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한국은 원자력 에너지에 상당히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러기에 원자력 안전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관점에서 다뤄져야 할 것이다. 원자력 안전이 확보되지 못하면 원자로 수출도 불가능하다. 일본의 원전 사고를 계기로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테러나 외부의 충격에도 원자로 안전이 확보되도록 총체적 점검을 시작해야 하겠다.

김경민 한양대 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