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LH 임대주택 빚 30조 정부가 해결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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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현재 부채는 125조9000억원이다. 국가부채(약 360조원)의 3분의 1에 달한다. LH가 지금껏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돈은 57조원에 이른다. 이걸 포함한 금융부채가 90조7000억원에 달하고 부채비율은 무려 559%다. 하루 이자만 100억원씩 나간다. 채권 발행을 통해 추가로 돈을 빌리기도 힘들다. 투자자들이 떼일 것을 염려해 채권을 잘 사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지난해 43조원으로 계획했던 사업 중 실행된 것은 26조원에 그쳤다. 올해 사업 규모도 30조원으로 줄였다. 이 가운데 17조원을 빌려야 하는데 6조원 정도는 쉽지 않다고 한다. 자금을 끌어오지 못하면 사업은 더 줄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에 이어 두 달 반 만에 정부가 또 종합지원책이란 걸 내놓은 배경이다. 정부는 LH에 직접 돈을 대주지는 않고, 시장에서 채권이 팔릴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것이 16일 대책의 골자다. 올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6조원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근본대책과는 거리가 먼 2011년용 응급처방이다.

 LH의 안 팔리는 부동산은 판매목적회사(SPV)에 넘기기로 했다. 팔려야 돈이 LH로 들어와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만 일단 장부에서 떨어내겠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에 혁신도시 분양대금을 빨리 내게 하고, 정부가 받을 배당금은 면제해 주기로 했다. 모두 LH의 자금사정을 펴주기 위한 조치들이다.

 일부 사업에 민간을 끌어들이기로 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판단된다.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민간업체가 중형 분양아파트를 짓게 하고 국민주택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지금 상태로는 내년까지 계획된 보금자리주택 32만 가구를 다 공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간건설사가 부도를 내 금융회사로 넘어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을 LH가 인수해 보금자리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괜찮은 아이디어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런 대책의 효과는 다 제한적이다. 본질적인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정치사업’인 세종시와 혁신도시 문제는 일단 접어두고 임대주택 문제라도 풀어야 한다. LH가 현재 운영하거나 짓고 있는 임대주택은 50만 채다. 여기서 생긴 부채가 30조원이다. LH의 과거 반쪽인 주택공사는 임대주택 외 분양주택도 많이 지었다. 그때는 분양아파트로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노무현 정권 들어 임대주택을 대폭 늘리고 분양주택을 줄이면서 적자가 급속도로 불어났다.

 그래서 LH공사는 국민주택기금에서 빌린 30조원을 자본금으로 바꿔달라고 말한다. 정부는 국회에서 혼날 것이 두려워 이 문제를 질질 끌고 있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30조원 가운데 LH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몫을 감안한 뒤 나머지는 처리해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정부 일을 대행한다며 LH가 비용개념 없이 집행한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LH에 강도 높은 구조개혁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