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거래 끊긴 한국업체들 대체할 수 있는 거래선 찾아주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일본 내 KOTRA 무역관(KBC)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한국 업체 160곳 중 30~40%가 도호쿠 지역 거래처와 연락이 끊겨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KOTRA 일본 무역관 신환섭(53·사진) 총괄 센터장은 16일 전화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지내며 크고 작은 지진을 많이 겪어봤지만 이런 ‘생지옥’ 같은 상황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1, 2월 대일 수출이 지난해 대비 50% 증가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었는데 이번 지진으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도호쿠 지방에 있던 전자·자동차 등 공장 피해가 크다.

 “일본 산업 지도를 보면 전기·자동차·석유화학·반도체 등 산업들이 전국적으로 분산돼 있다. 한 지역에 특정 산업이 밀집해 있는 우리와 다르다. 대부분의 일본 대기업들이 피해 지역에 공장이 있어 연쇄적인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 부품 조달이 제대로 안 돼 조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피해 지역과 연락이 닿고 있나.

 “안 된다. 교통·통신이 현재 두절된 상태다. 거래처와 연락이 끊긴 우리 업체들의 문의전화가 많다. 이곳 사무실도 이제야 정상화가 됐다. 우리 업체들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 전달할 계획이다.”

-우리 업체들의 피해도 점점 드러나고 있는데.

 “일본이 매우 불행한 상황에 처해 있지만 좀 더 안정되면 복구 수요가 있을 것이다. 도호쿠 지방에 진출해 사업을 하고 있는 우리 업체는 없다. 대부분이 거래처를 두고 물품을 수출입하고 있는데 연락이 끊긴 업체가 많은 게 문제다.”

-16일부터 ‘헬프데스크’를 가동했는데.

 “거래처와 연락이 끊긴 중소기업들에 대체 업체를 찾아주는 일을 우선적으로 할 거다. 현지 구호활동도 지원하고 일본 기업체 지원도 한다. 14일에는 일본 간사이 전력이 오사카 무역관에 원자력 발전용 붕산을 긴급 지원해 달라고 요청해 지경부, 한국수력원자력과 공조해 붕산을 공급할 예정이다.”

 신 센터장이 근무하고 있는 도쿄 무역관은 긴자에 있다. 인근에 금융·상사 회사들이 밀집해 있는 일본 경제의 심장부다. 신 센터장은 “점심시간마다 음식점 앞에 긴 줄이 설 정도로 북적대는 곳이지만 지진 발생 후 음식점마다 손님이 반도 차지 않을 정도로 거리가 썰렁하다”고 했다. 계획정전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하철 운행이 원활하지 않은 터라 휴업하거나 재택근무를 택하고 있는 기업도 많다 ”고 말했다.

-고베 대지진 때와 비교하면.

 “당시 후쿠오카 무역관에 있었다. 이번 사태가 훨씬 힘들다. 고베 지진은 고베 도심이 파괴된 거였다. 이번은 지진보다 마을을 휩쓴 쓰나미와 원자력 누출 문제로 사람들의 위기감이 더하다 .”

 신 센터장은 인터뷰 도중 “지금 직원이 내 책상 위에 마스크를 놓고 갔다”고 전했다. 일본의 3월은 ‘화분증’(꽃 가루 알레르기) 철이다. 출퇴근하는 사람들 10명 중 1~2명꼴로 마스크를 착용한다. 신 센터장은 “오늘 아침에 출근할 때 보니 2명 중 한 명꼴로 마스크를 했다” 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