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은단 대표 “건강기능식품, 원산지 표시는 당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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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지금처럼 금연보조제나 금연패치가 나오지 않았을 적 담배를 끊는다고 하면 으레 은단을 지니고 다녔다. 담배 생각이 나거나 목이 칼칼할 때 10알 정도 입안에 털어넣으면 금세 시원해지면서 담배생각을 싹 가시게 했다. 은단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고려은단’이다. 1946년 개성에서 문을 열었으니 올해가 창립 65주년이다.

 “지금 은단 가격은 3000∼4000원입니다. 은과 한약재 값이 계속 올랐지만 2009년 가격 그대로입니다.”

 현재 고려은단 최고경영자(CEO)이자 3세 경영인인 조영조(37·사진) 대표의 말이다. 창립자 고 조규철 회장의 손자이자 조창현 회장의 외아들이다. 2008년부터 회사 경영을 책임져 온 조 대표는 최근 국내 건강기능식품 업계에 풍랑을 일으키고 있다. 비타민C 1000㎎을 비롯한 고려은단 비타민 제품에 원료 원산지를 표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의약품의 경우 원료 원산지를 표시하는 게 금지돼 있지만, 농수산물의 경우 원산지 표시가 의무사항이다. 중간에 끼여 있는 건강기능식품은 원료 원산지를 표시하는 게 권장사항일 뿐이다.

 조 대표는 “소비자가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할 때 적은 돈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원산지를 모르고 산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경쟁업체의 원성을 살지라도 원산지 표시는 소비자에게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려은단의 비타민C 1000㎎ 제품에 들어가는 원료는 전량 영국에서 수입한다. 그는 “비타민C 경쟁사들이 중국산 원료를 사용하는데, 그 원료의 질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라며 “원산지를 알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산 원료의 가격은 중국산에 비해 2.5배다. 그렇지만 제품 가격은 같다. 생산효율이 그만큼 좋다는 게 조 대표의 말이다.

 고려은단은 최근 해병대에 입대한 인기배우 현빈을 비타민 신제품의 모델로 기용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지난해 270억원 매출에 50여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알짜회사’가 따로 없다. 워낙 오래된 회사이다 보니 서울시내 중심가에 갖고 있는 여러 채의 빌딩에서 사무실을 임대해 주고 받는 수입이 이익의 2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조 대표는 “작은 기업이지만 현금이 많은 편이라 여기저기서 기업 인수합병(M&A) 문의가 들어오고, 기업 상장을 대행하겠다는 제안이 많은 편”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성장보다는 안정 위주의 경영이 우선이다. 대신 한국에서 가장 품질 좋은 종합비타민 제조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심재우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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