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문이 3개? ‘PUV’ 벨로스터 정체가 뭐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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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현대자동차는 10일 신개념 차량 ‘벨로스터(Veloster)’를 선보였다. 멀리서 보면 문짝 두 개가 달린 쿠페(Coupe)형 자동차로 보인다. 그런데 가까이서 제대로 보면 승차할 수 있는 문이 세 개가 달렸다. 뒷좌석에 승객이 편하게 탈 수 있도록 조수석 방향에는 두 개의 문이, 운전석 방향엔 한 개의 문이 설치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처음 모습을 보인 비대칭 구조의 차량이다. 보통 이럴 경우 자동차 업계에선 크로스오버차량(CUV·Crossover Utility Vehicle)이라고 통칭한다. 그런데 현대차는 벨로스터를 ‘PUV(Premium Unique Vehicle)’라고 소개했다. 우리말로 그대로 번역하면 ‘독특한 고급 차량’이 된다. 양승석 현대차 사장은 “자신이 누구인지 말하고 표현해 줄 수 있는 혁신적인 차”라고 PUV 의미를 설명했다.

레저용 차량 RV, 한때 ‘지프’로 불려

PUV 차종으로 발표된 현대 벨로스터. 차문이 운전석에 한 개, 조수석 쪽에 2개가 달린 국내 첫 비대칭 구조다.


최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Sports Utility Vehicle)이나 CUV와 관련해 다양한 신조어가 속속 등장해 자동차 매니어도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현재 차종을 승용차, 버스, 트럭, 레저용차량(RV· Recreational Vehicle) 등 4개로 크게 분류하고 있다. SUV는 RV에 속한다.

SUV는 한동안 국내에서 ‘지프(Jeep)’로 불려왔다. 지프는 미국 크라이슬러그룹의 대표 브랜드로 고유명사지 일반명사가 아니다. SUV는 이름 그대로 스포츠 활동에 적합한 차종이란 뜻이다. 비포장 도로, 돌길, 산길 등을 차로 누비는 것 자체가 스포츠로 인정받은 1990년대 이후 SUV라는 이름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하고, 차체가 높은 4륜 구동 차량이 주를 이루고 있다.

출퇴근뿐만 아니라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이란 의미의 다목적차량(MPV·Multi Purpose Vehicle)도 있다. 적재 공간이 넓은 미니밴(Mini Van)이 유럽에서 MPV로 통칭된다. 원래 1989년 일본 마쓰다가 MPV라는 차를 출시하며 만든 고유명사가 아예 일반명사가 됐다.

SUV·CUV 의미를 재해석하기도

올란도(左), 코란도C(右)


CUV도 비슷한 경우다. 볼보가 2000년 XC70를 출시하며 처음 사용했는데 요즘 일반명사처럼 통용되고 있다. 크로스오버(Crossover)란 ‘두 영역을 넘나든다’는 뜻이다. 그래서 CUV 한 차에서 두 가지 이상 차종의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일반 승용차의 안락함과 SUV의 기능성을 결합한 형태가 많다. 최근 자동차업계는 출시하는 소형 SUV의 대부분을 CUV라고 하며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GM(옛 GM대우)도 지난달 7인승 쉐보레 올란도를 출시하며 역시 신조어 대열에 섰다. GM은 차종을 ‘액티브라이프차량(ALV·Active Life Vehicle)’이라고 소개했다. 번역하면 ‘활동적인 삶을 위한 차량’이 된다. 마이크 아카몬 사장은 “올란도는 매력적인 SUV의 스타일, 일반 승용차의 안정적인 승차감, 패밀리밴의 넓은 공간과 실용성을 모두 갖췄다”며 “기존 차종 구분의 틀을 깨는 신개념 차량이라 ALV로 명명했다”고 설명했다.

BMW는 1999년 X5를 내놓으며 스포츠액티비티차량(SAV·Sports Activity Vehicle)이라고 표현했다. SUV의 특징에 스포츠카의 힘을 더했다는 의미다. 이후 X시리즈의 차량을 모두 SAV라고 부르고 있다. 현대차는 2006년 대형 SUV인 베라크루즈를 LUV(Luxury Utility Vehicle)로 표현했다. ‘호화 SUV’라는 뜻이다.

SUV를 재해석할 때도 있다. 현대차는 2009년 투싼ix를 출시하며 SUV를 섹시유틸리티차량(Sexy Utility Vehicle)이라고 해석했다. 이후 야한 컨셉트의 TV 광고를 연속으로 내보내고 있다. 21.2㎞/L라는 높은 연비를 실현한 푸조 3008은 스마트어번차량(Smart Urban Vehicle)을 표방했다. ‘똑똑한 도시용 차량’이란 얘기다.

CUV를 재해석하기도 한다. 쌍용자동차는 지난달 코란도C를 출시하며 CUV를 클래시유틸리티차량(Classy Utility Vehicle)이라고 설명했다. 클래시는 ‘세련된, 고급스러운, 귀족적’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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