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라이벌 발레단 송년 맞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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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더 화려하게. '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펼쳐지는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 발레단의 송년발레 '호두까기 인형' 의 최대 지향점은 화려함이다.

'호두까기 인형' 은 꿈과 환상이 넘치는 동화 같은 분위기를 즐기려는 사람들을 겨냥한 무대이기 때문이다. 저마다 최대한 화려하게 꾸민 크리스마스 트리로 어린이 관객들을 유혹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매년 의상과 무대를 '업그레이드' 하며 두 라이벌 단체의 자존심 싸움이 벌어지곤 했던 '호두까기 인형' 공연. 올해는 예년보다 경쟁이 한층 더 뜨거울 전망이다.

이전에는 국립발레단이 바실리 바이노넨 개정판, 유니버설 발레단이 프티파 원안무에 바탕을 둔 각기 다른 작품을 선보였지만 이번에는 두 단체 모두 바이노넨 개정판인 키로프 버전을 무대에 올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안무와 줄거리에 별 차이가 없다 보니 각 단체 주역무용수들의 관객 흡인력과 화려한 무대가 성패를 갈라놓을 것으로 보인다.

20~26일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막이 오르는 국립발레단 공연은 확 바뀐 무대와 의상이 눈길을 끈다. 02-2274-3507. 김지영.김용걸, 김주원.이원국으로 대표되는 스타무용수들을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유니버설에 비해 초라한 무대 때문에 늘 속앓이를 해온 국립발레단이 과감하게 볼거리에 투자했다.

또 그동안 함께 해온 커플이 서로 짝을 바꿔 새롭게 호흡을 맞추는 것도 화젯거리다.

김지영과 이원국, 김주원과 김용걸로 파트너를 바꾸고 이밖에 김은정.신무섭, 김애정.최세영 커플이 주역에 함께 캐스팅됐다.

축제분위기를 물씬 풍길 각종 이벤트도 관심을 모은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로비와 객석을 누비는 산타클로스들이 어린이들과 놀면서 흥을 돋울 예정이다.

한편 17~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지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은 안무부터 그야말로 모든 것이 다 바뀌었다. 02-580-1300. 러시아 키로프발레단 예술감독 출신인 올레그 비노그라도프가 이 단체 예술감독으로 취임하면서 키로프판으로 작품을 전환한 것. 이에 따라 무대세트와 의상 역시 키로프 발레단에서 수입했다.

프티파가 안무 초안을 잡고 그의 제자 레프 이바노프가 완성한 원안무가 어린 클라라로 극을 이끌어가는 데 반해 바이노넨판에는 어른 클라라가 등장한다. 그래서 좀더 정교한 안무로 고난도의 테크닉을 펼칠 수 있다.

클라라와 호두까기 왕자 역에 박선희.박재홍, 임혜경.이준규, 전은선.황재원, 김세연.권혁구, 마리아 비스트로바.엄재용, 에드리언 칼테르나.엄재용조가 각각 캐스팅됐다.

저마다 오리지널을 내세우며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단체가 올해 공연에서는 어떤 결과를 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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