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특허 기술 100여 건 공유 … 협력업체 매출 568억원 늘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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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상생 아카데미’에 참석한 협력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이 이호욱 연세대 경영대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다. 아카데미는 협력사 간부 사원을 위한 과정도 두고 있다.

SK그룹이 지향하는 상생협력의 요체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기업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때 외부의 기술과 지식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경영 전략이다.

여기엔 그동안의 오픈 이노베이션이 대기업 스스로의 연구개발(R&D) 분야에 국한돼 있었다는 반성이 깔려 있다. SK그룹은 이를 중소기업 및 학교·시민단체·정부 등 사회 모든 분야로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조한다. 최 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서울대 SK텔레콤 연구동 1층에 개설한 ‘오픈 이노베이션센터(OIC)’는 이를 대변한다. SK텔레콤은 이곳을 통해 외부 개발자에게 자금과 사무공간을 제공하고, 경영·마케팅 등을 지원하고 있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노하우가 부족한 개발자들을 위해 무상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보유하고 있는 특허 중 100여 건을 협력업체에 공개했다. 중소협력업체나 외부 개발자들이 SK텔레콤의 특허를 활용해 기술혁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상생협력으로 SK텔레콤은 388억원의 비용을 줄였고, 협력업체는 568억원의 매출을 늘리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회사는 한발 더 나아가 자사의 핵심서비스 공개를 늘려나가고 있다. 통합 기반기술 공개 센터인 ‘T 응용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센터’를 설립해 이를 중심으로 자사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인 ‘T맵 등 핵심 기반기술을 공개했다.

‘오픈 이노베이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 ‘상생 아카데미’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개방’과 ‘소통’에 역점을 두고 있다면 상생 아카데미는 ‘사람’에 무게를 둔다. 2005년 문을 연 ‘SK 상생 아카데미’를 거쳐간 SK그룹의 중소 협력업체 임직원 수는 10만 명을 넘어섰다.

상생 아카데미는 SK그룹이 보유한 인재 육성 교육 인프라를 중소협력사 임직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역량 향상 프로그램이다. 중소협력사들의 핵심 부장과 차장 등 중간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니 MBA 과정과 협력업체 CEO 대상의 ‘상생 CEO 세미나’ 과정을 운영한다. 온라인 과정 ‘상생 e-러닝(lear ning)’도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상생 아카데미는 ‘잡은 고기를 나눠주는 것보다 낚시질 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출발했다”며 “협력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SK그룹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SK그룹은 지난해 ‘대·중소기업 협력대상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시스템 구축만큼 소통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대·중소기업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동반성장하려면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9월 29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상생 CEO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협력업체 최고경영자(CEO) 86명과 직접 만나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들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상생협력의 실효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동반성장의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들이 인재 채용을 늘리고 원부자재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과 임직원 복리후생 확대 방법도 함께 고민하기로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대·중소기업이 열린 혁신과 인재 양성을 통해 새로운 성장 방안을 찾는 것이 바로 SK가 진정으로 바라는 상생”이라면서 “개방과 융합을 통한 ‘경계허물기’ 전략이야말로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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