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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공포가 시장 지배하면 손실만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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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가 상상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 암운(暗雲)을 드리우고 있다. 15일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0.55% 하락했다. 전날 낙폭 6.18%를 훨씬 웃돈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피해가 쓰나미 이상의 재앙을 초래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시장을 짓눌렀다. 우리 증시도 휘청거렸다. 전날 0.8% 밀렸던 코스피는 15일 2.4% 떨어졌다. 이날 장중 낙폭은 100포인트를 넘어 2008년 가을 월가발(發) 금융위기 상황에 버금갔다. 전문가들은 이 파장이 유럽과 미국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세계 총생산(GDP)에서 8.7%를 차지한 3위의 경제대국이다.

 산업시설의 파괴로 인한 파장도 예상보다 클 것 같다. 일본이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 수입에선 15.1%다. 우리의 3위 수출국인 동시에 2대 수입국이다. 국내에 들어와 있던 일본 자금이 위기 극복을 위해 본국으로 환류할 경우 금융시장의 주름살은 깊어질 수밖에 있다. 원·달러 환율도 15일 나흘째 오름세(원화 약세)를 이어갔다. 위기 때 흔히 나타나는 달러 강세, 원화 약세 패턴인 것이다. 이날 전국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가격은 L당 1940원을 넘어섰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에 달했던 2008년 최고치에 육박한 것이다.

 여러모로 안 좋은 조짐들이다. 하지만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일본 정부가 이미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 피해를 최악으로 가정할 경우 일본 GDP의 6%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일본 금융당국은 이미 GDP의 3%에 달하는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이걸로 모자랄 경우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공조체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시장은 원래 쏠림 현상이 심하다. 부화뇌동할 경우 실제보다 악영향은 크게 나타나 서로의 손실만 키울 뿐이다. 다들 제자리에서 차분하게 보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정부와 재계는 일본으로부터 수입이 막힐 경우 빚어질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쓰나미의 경제적 후폭풍을 시나리오별로 정리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