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손맛 없는 초보자도 ‘매뉴얼’ 있어 한식당 창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한식 전문점이라고 해서 ‘장인의 손맛’을 떠올린다면 옛날 얘기다. 최근엔 한식 시장에도 과학화ㆍ퓨전 바람이 불고 있다. 누구나 쉽게 요리할 수 있도록 조리법을 표준화하고 메뉴를 다양화해 한식에 변화를 준 것이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한식은 소비자의 입맛에 익숙하기 때문에 수요층이 넓고 쉽게 유행을 타지 않는 창업 아이템”이라며 “손맛으로 승부했던 예전과 달리 체계적인 조리법과 운영 매뉴얼을 갖춘 프랜차이즈 업체가 늘어나면서 초보자도 창업에 쉽게 도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글=김기환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패스트 푸드’ 된 한식

장재선 원할머니보쌈 화곡역점장(사진)은 “보쌈 조리법부터 서비스 방법까지 본사에서 제공하는 매뉴얼에 세세하게 적혀 있어 초보자도 한식 전문점을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한식은 품이 많이 들고 맛을 내기 어렵다. 게다가 국민 다수가 한식 전문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맛에 대한 평가도 까다롭다. 그 때문에 전문 조리 기술이 없는 사람이 쉽게 창업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까다로운 한식의 조리 과정을 표준화하고 운영 매뉴얼을 만들어 점포를 관리하는 업체가 늘어났다. 한식을 햄버거ㆍ피자처럼 누구나 손쉽게 조리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로 만든 것이다.

 보쌈 전문점 원할머니보쌈(www.bossam.co.kr)은 보쌈 조리법을 과학화한 경우다. 보쌈을 요리할 때 ▶고기를 어느 정도 크기로 잘라야 하는지 ▶삶을 때는 어느 정도 세기의 불로 요리해야 하는지 ▶김치를 소금에 절일 때 염도는 얼마만큼이 적당한지 ▶손님상에 내놓을 때는 몇 도의 온도가 맛있는지까지 모든 과정을 매뉴얼로 만들었다. 이 매뉴얼은 동영상ㆍ책자로 만들어 모든 가맹점에 제공된다. 장재선(49) 원할머니보쌈 화곡역점장은 “김치 한 포기에 김치 소를 몇g 넣어야 하는지까지 적혀 있을 정도로 매뉴얼이 상세해 조리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며 “누가 만들어도 똑같은 맛을 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전문 주방장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인건비도 줄일 수 있다. 장 점장은 115㎡ 규모 매장에서 월 평균 6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빠르면서도 간편하게 한식을 서비스하는 곳도 있다. 아워홈에서 운영하는 ‘밥이답이다’는 한식 퀵서비스 레스토랑이란 점을 내세웠다. 비빔밥ㆍ잡채ㆍ불고기ㆍ찌개 등 한식 메뉴를 3~5분 내에 즉석 제공한다. 한식 테이크아웃 전문점 ‘고스라니’는 갈비탕ㆍ갈비찜 등 메뉴를 포장해서 판매한다.

 조리 부담을 던 ‘쿡리스’(Cookless) 시스템을 도입한 업체도 늘었다. 콩나물국밥 전문점 ‘완산골명가’(www.wansangol.com)는 국밥의 핵심인 육수를 본사에서 티백으로 만들어 가맹점에 공급한다. 티백을 끓는 물에 20분 정도만 우려내면 손쉽게 국물을 만들 수 있다. 한촌설렁탕(www.hanchon.kr)은 본사에서 육수ㆍ고기 등 식재료의 90%를 조리 완료한 상태로 진공 포장해 가맹점에 보내준다. 가맹점에서는 포장을 뜯어 가열하는 등 간단히 조리하면 된다.

‘퓨전 한식’으로 고객 넓혀

한식 전문점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단조로운 메뉴. 전문성은 높지만 그만큼 선택 폭이 줄어 고객층이 한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한식 전문점들은 다양한 퓨전 메뉴를 개발해 소비자들을 폭넓게 공략한다.

 퓨전 족발 전문점 토시래(www.tosilae.com)는 20~30대 젊은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퓨전 메뉴를 개발했다. 해파리냉채에 겨자 소스를 얹은 ‘냉채 족발’, 중국식 고추잡채에서 힌트를 얻은 ‘고추잡채 족발’ 등 퓨전 메뉴를 선보인 것이다. 원선중(46) 토시래 대표는 “전통 음식이라고 해서 소비층을 중장년층으로 고정하면 안 된다”며 “새우젓에 찍어 상추에 싸먹는 기존 족발 개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소스와 조리법을 개발해 변화를 준 덕분에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굴요리전문점 굴마을(www.gulgul.kr)은 생굴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굴튀김’ ‘굴탕수육’ ‘굴삼계탕’ 등 퓨전 메뉴를 개발했다. 이밖에도 죽 전문점 ‘본죽’(www.bonjuk.co.kr)에서 ‘게살치즈죽’ ‘낙지김치죽’ ‘카레해물죽’ 등 퓨전 메뉴를 선보여 눈길을 끈다.

초보자는 평범한 메뉴 선택을

향후 한식 전문점의 시장 전망은 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수요가 꾸준해 경기의 영향을 덜 받고, ‘전통 한식=웰빙’이란 이미지 덕분에 웰빙 트렌드와도 잘 맞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한식 세계화를 적극 지원한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초보자가 한식 전문점을 창업할 때는 프랜차이즈 업체를 택하는 것이 좋다. 뛰어난 요리 솜씨를 갖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창업 실패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업체를 제대로 골라야 한다. 자체 식품 공장과 물류ㆍ유통 시스템을 갖춘 브랜드가 안정적이다. 수시로 신메뉴를 개발하고 조리 교육을 시켜주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강병오 대표는 “창업 초보자라면 반짝 유행하거나 생소한 메뉴보다 시장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평범한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