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방황 겪은 배우 유지태 … 가족 잃은 효진이 꿈을 세워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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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모두 잃은 아픔을 극복하고 배우의 꿈을 갖게 된 김효진(왼쪽)양이 12일 오후 서울의 한 사무실에서 배우 유지태씨를 만나 조언을 듣고 있다. [사진=CJ도너스캠프]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필동의 ‘CJ 인재원’ 건물 안 강의실. 영화배우 유지태(35)씨와 김효진(18)양이 강의실 안에 있는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영화배우가 되려면 대학에 꼭 가야 하나요?”

 “물론 대학에 꼭 갈 필요는 없어. 하지만 대학에 간다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

 두 사람의 만남엔 사연이 있다. 김양은 어릴 때 친아버지를 사고로 잃었다. 어머니가 재혼했지만, 새 아버지마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어 거짓말처럼 어머니마저 김양이 고등학교 1학년이던 때 폐암으로 숨졌다. 가족을 모두 잃은 김양은 방황하기 시작했다. 학교를 자퇴하고 친구 집을 전전하며 살았다. 지난해 봄, 김양은 소외된 아동들을 한데 모아 돌보는 가족형 시설인 그룹홈에 들어갔고 영화배우라는 꿈이 생겼다.

김양은 현재 연극영화과 진학을 위해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 중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 절실하게 영화배우를 꿈꾸는 김양을 위해 이날 CJ도너스캠프가 유씨와의 만남을 주선했다. 이 캠프는 소외된 아동과 청소년을 돕는 CJ그룹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힘든 유년시절을 보냈던 유씨는 지난해부터 이 캠프에 참여해 자신의 재능을 ‘나눔 봉사’하고 있다.

 “나도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반항심이 생겨 공부를 등한시한 적이 있었어. 그렇지만 영화배우의 꿈을 품은 뒤로는 정말 노력해서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할 수 있었어.”

 김양은 유씨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공부하는 게 몸에 배지 않아서 고민이에요.”

 “성공에 가까워지려면, 그 노력은 온전히 너의 몫이야. 그런 것들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결국 환경에 휘둘리며 사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어.”

 김양의 목표는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아 ‘칸의 여왕’이 되는 것이다. 이후엔 자신처럼 힘들게 살아온 세계의 어린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유씨는 “신념과 확신이 있다면 어떤 꿈이든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꿈이 큰 만큼 피나는 노력과 헌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양은 “영화배우의 꿈을 이룬 유지태 오빠의 말을 들으면서 벅찬 감동을 느꼈다”며 “반드시 좋은 배우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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