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 참사’ 땐 코스피 무덤덤, 닛케이 급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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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이번 일본 동북부 대지진은 장단기 변수가 너무 많아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과거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대지진 당시의 주가흐름이 이번 사태의 방향성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

 우선 2008년 5월 중국 쓰촨성 대지진 때 동아시아 증시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지진 후 첫 개장일에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84% 하락하는 데 그쳤고, 홍콩 증시는 되레 상승했다. 한국·일본 증시는 중국의 복구사업에 따른 수혜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했다.

1995년 1월 일본 고베 대지진 때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일본 증시는 일주일 새 8% 이상 급락했다. 5개월 새 닛케이지수는 1만9000 선에서 1만4000 선까지 35% 하락했다. 하지만 국내 증시는 칼날을 비켜갔다. 지진 발생일 당일에는 하락했지만 그 뒤 이틀은 반등해 하락분을 만회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런 과거 패턴에 견줬을 때 이번 일본 대지진의 직접적인 파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데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는 편이다.

 KTB투자증권 박석현 연구위원은 “안전 자산 선호를 부추겨 국내 시장이 압박받을 수 있다는 부정적인 측면과 일본 기업의 생산 차질로 우리 기업의 반사 이익이 기대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혼재해 주가의 방향성을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난 주말 미국 증시가 상승세로 마감했고,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호주달러의 가치가 올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쪽에 무게를 두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 연구위원은 이어 “이는 국제 금융시장이 일본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국제유가 하락을 호재로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중동 소요사태, 남유럽 재정 위기 등으로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가 허약해진 상황에서 일본 대지진이라는 대형 악재가 터졌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악재가 부각된다면 일본 대지진 악재와 결합해 증시의 발목을 잡는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95년 고베 대지진 직후 안정을 유지하던 한국 증시는 덩샤오핑 위독설,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같은 대외 악재가 쏟아지며 약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하지만 KB투자증권 김성노 연구원은 “고베 대지진에 비해 피해 규모가 크지 않고, 일본 경제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에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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