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확정가 50집’ 의 심리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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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선 8강전>
○·왕레이 6단 ●·허영호 8단

제6보(52~65)=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흑▲가 놓인 이상 하변 대마는 눈 모양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한 방 꽝 씌워 공격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형세가 괜찮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공격보다는 우변 실리를 확보하며 서서히 두어나가 충분하다는 계산이다.”(박영훈 9단)

 왕레이 6단의 도발은 계속된다. 54, 56으로 흑 두 점을 감아 넣었고 58까지 밀어붙인다. 58은 대마가 다 죽어도 밀어야 할 요충. 거꾸로 ‘참고도’처럼 밀리면 그동안의 노고가 헛수고가 된다. 59로 받자 비로소 백 대마는 60으로 달아났고 허영호 8단도 알았다는 듯 63에 꼬부린다. 대마도 살려주고 두 점도 잡혔으나 허영호는 화 내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태평한 느낌마저 준다. 가만 보면 우하로 빙 돌아간 흑집은 무려 50집. ‘먼저 50집을 지으면 필패’라는 기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확정가 50집은 무섭다. 백은 어디서 이에 대항할 실리를 구축할 수 있을까. 좌하의 흑과 백은 비겼다 치자. 대마가 미생인 이상 좌변에서 집을 기대할 수는 없다. 따라서 백은 오직 상변이 희망이다.

 A로 뛰지 않고 64로 비킨 수는 상변을 키우려는 고심의 한 수다. A의 반격이 무섭지만 상변의 폭을 살리는 게 급선무라고 봤다. 65도 상변을 견제하는 좋은 감각.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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