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바클리, 은퇴순간에도 유머 즐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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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골밑에서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기에는 몸집이 작다. 언젠가 이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

9일(한국시간) 경기 도중 무릎 부상으로 은퇴를 눈앞에 둔 미프로농구(NBA) '코트의 악동' 찰스 바클리가 평소 해온 말이다.

단신(1m94㎝) 센터로 장신숲을 헤쳐온 그가 부상으로 코트를 떠나야할 운명을 예견했던 것일까. 바클리는 독설로도 유명했지만 승부욕이 남달랐다.

그는 87년 NBA 리바운드왕에 오르자 "온순한 성격은 지구에 평화를 가져다 줄지 모르지만 나에게 공을 주지는 않는다" 며 치열한 승부근성을 드러냈다.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드림팀으로 참가했을 때 내전 중이던 앙골라선수와 몸싸움을 벌인 뒤 "경기 중 누가 나를 치면 나는 보복한다. 한동안 굶은 선수라도 예외는 없다" 며 악바리 근성을 보였다.

그는 여유도 있었다. 리바운드 요령을 묻는 질문에 "공이 튀는 방향으로 달려가는 것 말고 무슨 기술이 필요한가" 라고 답해 주위의 웃음을 사기도 했다.

또 라이벌 습격 혐의를 받았던 피겨 스케이터 토냐 하딩이 "나는 은반 위의 바클리" 라고 변명하자 바클리는 "내가 인격만 제대로 갖췄다면 하딩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을 것" 이라며 웃어넘겼다.

바클리는 코트 밖에서는 신사였다. 그는 문란한 사생활로 말썽을 일으키는 동료 선수들에 대해 "프로선수들이 사회의 모범이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

덩크슛을 잘하면 마약 판매상도 사회의 모범이 되는가" 라며 일침을 가했다. 16년간 특유의 말재간으로 'NBA의 대변인' 이라 불렸던 바클리는 은퇴를 앞두고도 "미국의 흑인 실직자가 한명 더 생겼다" 며 유머를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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