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학년도 특목고 입시 집중 분석 입학사정관들이 말하는 자기주도학습전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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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특목고·자율형사립고·영재학교 입시는 지난해에 이어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치러진다. 지난해 처음 도입된 이 전형은 자기주도학습계획서를 중심으로 한 서류전형과 입학사정관 면접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각 학교의 인재상이 다른 만큼 유형별로 차이점이 있다. 지원학교의 전형 특징을 잘 살펴야 합격의 문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다. 각 유형별 학교의 입학사정관을 만나 특징을 들었다.

자율형사립고 하나고, 내신 3% 이내 안정권

 “중학교 내신 3%이내면 안정권이라 할 수 있죠. 하지만 서류를 부실하게 작성하거나 성의가 없다고 판단되면 불합격 시킵니다. 인성이나 기본적인 자질에서 하나고의 인재상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하나고 입학사정관으로 전형에 참여한 전경원 교수학습실장은 “서류에서 자신의 성실성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고는 중1부터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과목의 내신성적을 반영한다. 민사고의 경우 전과목을 반영하고 국어·영어·수학에 가중치를 두는 반면, 하나고는 특정 과목 가중치는 없다.

 공식적인 발표는 아니지만,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하나고 내신 합격선은 5%선이다. 간혹10%대 학생도 눈에 띄지만 월등한 특기가 있어야 한다.
 
 전 실장은 “입학사정관제가 자신의 특기만 내세우는 전형은 아니다”며 “기본적인 수학능력은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하나고 합격생 중 내신 성적 우수자 비율이 70%대로 가장 많았다.

 전형을 구체적으로 나누진 않았지만 합격자 유형은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내신관리형, 교과 특기자형, 비교과 특기자형이다. 특별한 특기가 없는 성적 우수자를 제외하고는 교과 관련 특기를 내세운 학생들이 20% 정도였고, 교과와 관련 없는 특기자가 나머지 10%를 채웠다.

 하지만 하나고에서는 특기자들에 주목하고 있다. 전 실장은 “학원의 도움을 받아 공부만 한 학생보다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학생들이 입학 후 학업 성취도가 월등히 높다”고 말했다. 지난 한 해 동안 하나고에서 다른 학교로 전학한 10여 명의 학생들은 모두 내신성적 상위권이었다. 사교육을 통해 선행학습을 해오던 학생들이 1월 1회 외출규칙 때문에 학원을 가지 못하면서 점차 학교수업에 뒤처지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전 실장은 “하나고는 기본적으로 수시전형을 통해 상위권 대학을 가는 학교가 될 것”이라며 “여기에 부합하는 학생을 선발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앞에 놓인 문제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결해 가는 과정을 자기주도 학습계획서나 자기소개서에 진솔하게 표현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외고 경기외고, 창의성 테스트 올해도 이어질 것
 
 ‘광화문에 있는 세종대왕상을 뉴욕으로 옮기려 한다. 어떻게 해야할까.’ ‘자신이 중국에 자장면 가게를 내려고 한다. 어떻게 해야 성공할까.’

 지난해 경기외고 입학사정관 면접 질문이다. 창의성과 논리력을 묻는 이 질문에 적잖은 학생들이 당황했다. 이런 경향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외고 김경아 입학홍보과장은 “면접으로 지식의 깊이를 파악하지는 않는다”며 “창의적인 문제해결력과 자신이 기술한 서류의 진위 파악이 주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경기권 외고의 내신 합격선은 평균 1.2등급, 내신성적 산출기준 154점(160점 만점)으로 추정된다. 영어 내신성적만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내신 변별력이 크진 않다. 특히 각 중학교의 내신 부풀리기로 시험 1문제만으로 내신등급 차이가 나는 현실을 각 외고에서도 모를 리 없다. 이 때문에 서류 검토를 철저히 한다. 자기주도학습계획서를 검토해 진위 여부가 의심되는 경우 담임교사나 추천인에게 직접 전화로 확인한다. 봉사나 체험활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면접 때도 학생을 상대로 확인과정이 이어진다. 김지윤 입학사정관은 “중학생 신분과 어울리지 않는 기록은 무조건 확인절차를 거친다고 보면 된다”며 “무리하게 자신의 경력을 부각시키면 오히려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면접에서는 눈빛이나 말투, 태도도 점수에 영향을 미친다. 김 과장은 “훈련받고 온 듯한 정형화된 자세를 보이는 학생은 좋은 점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질문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감점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영재학교 경기과학고, 기초수학능력평가 통과해야

 올해 처음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는 경기과학고는 서류전형에 현장 실사, 잠재성능력평가, 기초수학능력평가가 가미된 종합평가를 실시한다. 전체 정원의 30%를 선발하며 서류 양식은 기존의 자기주도학습전형과 비슷하다.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내신 성적(국어·영어·수학·과학), 독서·봉사·체험 기록, 인성평가로 이뤄진 서류전형이 끝나면 두 명의 입학사정관이 한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현장실사에 들어간다. 기존의 자기주도학습전형 면접형식은 생략된다. 담당교사, 추천인, 학생, 학부모가 대상이며 주로 서류의 진위 여부를 가린다. 또 교과와 상관없는 별도의 질문으로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을 평가할 예정이다.

 경기과학고 정혜진 입학관리부장은 “지원동기를 우선적으로 파악할 것”이라며 “중학생 수준에 맞게 문제 해결력보다는 문제 발견력에 중점을 두고 질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부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입학사정관제에 도전하는 학생은 내신성적이 15%선이라도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근거로 중학교 성적과 고교 성적의 상관관계는 0.5%라는 한 연구결과를 들었다. 기초수학능력평가도 이 같은 바탕에서 치러진다. 수학·과학 과목 중등과정의 개념만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면 풀 수 있는 문제로, 당락을 결정하진 않는다. 정 부장은 “특정분야 특기자라도 기본적인 수학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기준에서 실시하는 시험으로 자격시험 정도라 생각해 달라”고 주문했다.

 잠재성능력평가는 자유주제로 관심영역에 대한 연구계획을 세우는 방식이다. 개인별 발표 또는 참가자 상호 토론 형식으로 치러진다. 이 부분에선 창의성과 논리력을 측정한다.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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