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으로 창조한 빛, 그 우주적 아름다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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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호 06면

이일 작가의 ‘IW-105’(2010), Acrylic and oil on canvas, 213.4304.8㎝, Courtesy of the artist and Art Projects International, New York.

추상화가 이일 화백의 ‘붓’은 볼펜이다. 커다란 화폭에 온몸을 휘두르며 선을 그리거나 긁어낸다. 그의 그림은 선(라인)의 새로운 경지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미술대학의 드로잉 교재에 작품이 실리기도 했다.

이일 화백의 ‘IW-105’ 등 2점 2010년 11월 23일부터 2011년 3월 20일까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국관 전시

그가 볼펜을 이용해 추상화 작업을 시작한 것은 1981년.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77년 뉴욕으로 이민을 가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나만의 것’을 찾다가 볼펜에 착안했다. 200호 정도를 그리기 위해서는 볼펜 600자루 정도가 소비된다. 2007년 3월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뮤지엄에서는 그의 작품 155점을 소개하는 대규모 전시를 열었다. 2007년 8월에는 뉴욕 타임스 아트섹션에 크게 소개되기도 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그를 주목했다. 지난해 11월 23일부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국관에서 시작된 ‘한국 미술에서의 재현·추상’전에서 그의 볼펜 추상화 ‘무제-303’과 ‘IW-105’ 두 점을 옛 그림과 도자기 사이에 함께 걸어놓았다. 한국 미술의 추상성을 비교하는 자리다. 2009년 11월부터 6개월 동안 이 자리에서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강익중 작가의 달항아리 연작 ‘25가지 소망’이 이 미술관 소장 18세기 달항아리들과 함께 비교 전시된 바 있다.

‘무제-303’이 볼펜을 계속 덧칠했다면 ‘IW-105’는 아크릴을 칠한 화폭을 볼펜으로 긁어낸 작품이다. 마치 우주 어딘가에서 빛이 우러나 비추는 듯한 독특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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