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이 대통령 “성장 - 물가 중, 물가에 힘 쏟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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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물가 상승을 막으려면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차단해야 한다.”(한국은행 이상우 조사국장)

 “섣부른 금리 인상으론 물가는 못 잡고 성장률만 떨어뜨릴 것이다.”(오정근 고려대 교수)

 금리 인상이 과연 물가를 잡을 수 있을 것인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10일, 경제학자들과 재정 당국 고위 공무원, 중앙은행 국장이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이날 서울 청계천로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정책세미나 ‘오르는 물가, 향후 전망과 대책’에서다.

참석자들은 최근의 인플레이션이 공급 불안으로 인한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이상 기후로 인한 농수산물 가격 급등 등이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물가 상승 추세가 추가 수요와 인플레 기대 심리를 부추길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오정근 교수는 “올해 물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90% 이상이 공급 문제”라며 “이런 상황에서 수요 억제 정책인 금리 인상 정책을 펼치면 물가 안정 효과는 거의 못 내고, 경제 성장률과 경상수지만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급 불안으로 수요가 들썩이고 있다는 점을 들어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의견도 팽팽히 맞섰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개인 서비스 요금이 뛰는 것을 보면 소비 심리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며 “오히려 한국은행이 더 적극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정부가 환율을 낮춰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이명박(얼굴) 대통령은 정부 과천청사에서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열고 “금년 국정 중에서 성장과 물가 문제가 있는데, 우리가 물가에 더 심각하게 관심을 갖고 국정의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지난해와 같은 (농산물) 가격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농림수산식품부와 관련 부처들이 적극적으로 세밀하게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고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은 전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3% 물가와 5% 성장’이라는 올해 거시정책 목표를 현실에 맞게 수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직 정책기조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주변 환경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진 만큼 이에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여운을 남겼다.

고정애·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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