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불끈 쥔 카다피 … 외신기자 호텔 깜짝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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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최고지도자가 8일(현지시간) 자정 무렵 TV 인터뷰를 위해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릭소스호텔에 모습을 드러냈다. 카다피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두 손을 들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트리폴리 로이터=연합뉴스]

“공습과 추가 용병 투입만 막으면 수도 트리폴리 함락은 시간문제다.”

 리비아 시민군 세력의 핵심 지도자인 압델 하피즈 고카(Abdel Hafiz Ghoqa)는 승리를 장담했다. 다만 리비아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독재 정치활동을 해온 변호사인 고카는 현재 시민군이 벵가지에 세운 국가위원회의 부위원장이다. 임시정부 부통령인 셈이다. 그는 8일(현지시간) 벵가지 티베스티 호텔에서 외신 기자들을 만나 “유엔은 즉각 카다피 전투기의 출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무아마르 카다피 측과 망명문제로 물밑 협상 중이라는 보도가 사실인가.

 “우리는 카다피와 협상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시민의 희생을 멈추기 위해 누군가가 중재를 시도하고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의 분명한 입장은 그가 이 나라를 떠날 때까지 협상은 없다는 것이다.”

-카다피가 망명한 뒤에는 협상할 수 있다는 건가.

 “ 협상을 할 필요가 뭐가 있겠나. 우리는 그를 체포해 동족 학살에 대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할 것이다.”

고카

-승리를 예견하나.

 “우리는 자유와 정의의 수호자라는 사명감과 용기를 가지고 싸우고 있다. 저들(카다피 측)은 자신들의 안위와 돈을 위해 싸운다. 알라는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용병들이 계속 투입되고 있나.

 “정확히는 알 수 없다. 7일 라스라누프에서 시민군이 격추한 리비아 전투기에서 시리아인 조종사가 발견됐다. 시리아와 알제리에서 주로 용병이 온다.”

-미국은 국가위원회를 시민의 대표로 인정하지 않는 눈치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이미 우리에게 외교적 접촉을 해오고 있다. 우리는 이미 두 명의 전직 외교관을 해외로 보내 세계 각국과 국제기구와 교섭 중이다. 미국도 머지않아 우리의 대표성을 인정할 것이다.”

 이날도 벵가지와 트리폴리 사이 전선에서는 시민군과 카다피군 사이에 무력충돌이 이어졌다. 지난 주말부터 카다피 측은 시민군이 장악한 도시에 정예부대를 투입, 이 중 빈자와드를 함락시켰다. 카다피군 전투기의 폭격도 계속됐다. 동부 도시 라스라누프에 네 차례 폭탄이 떨어졌고, 트리폴리 동쪽의 미스라타와 서부의 자위야에서도 폭격이 이어졌다.

 카다피는 8일 자정 무렵 외신기자들이 머물고 있는 트리폴리의 릭소스 호텔에 모습을 드러냈다. 초콜릿색의 이슬람 전통 의상을 입고 여성 경호원과 함께 로비에 나타난 카다피는 계속 싸우겠다는 의미인 듯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그러나 로비에서 9시간 동안 그의 등장을 기다린 100여 명의 기자들이 쏟아낸 질문에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카다피는 이곳에서 터키·프랑스 등의 극소수 언론사와 인터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다피는 9일 방영된 프랑스 LCI TV와의 인터뷰에서 “서방 국가들이 산유국인 리비아를 식민지로 만들려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리비아 국영TV연설에서도 카다피는 “벵가지에 있는 배신자(시민군)들은 마약에 중독된 알카에다 세력의 하수인들”이라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우리의 석유를 빼앗으려고 한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벵가지(리비아)=이상언 특파원,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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