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잠실 너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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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기자]

잠실 재건축 대단지.2∼3년전 입주가 시작된 잠실권 새 아파트 전셋값은 무지막지로 떨어졌다.금융위기까지 겹쳐주변의 반값 수준에도 전세를 구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랬던 잠실의 아파트 단지들이 입주가 완료되고 1∼2년의 전세기간이 끝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당시 새집으로 이사를 못가고 세를 놓아야 했던 집주인들이 속속 자기 집으로 들어가 전셋집이 감소한데다 사정이 나아진 전셋집 주인들도 "이제는 주변 시세대로 전셋값을 올려야 되겠다"고 나오면서 전셋값 파동이 벌어졌다. 

원래 전셋값 시세대로 복원됐는데도 싸게 세들었던 세입자 입장에서는 한꺼번에 엄청 오른 전세금을 댈 수가 없어 주변의 싼 지역으로 이사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 잠실권의 전세 대이동이 시작되면서 전셋집 부족현상이 벌어져 수도권 전체가 전세난을 겪게 됐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 사는 박모씨 사정을 보자.
2년 전 결혼하면서 전세를 얻었던 전용 60㎡형 아파트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해서 동네 부동산을 찾았는데 전세 시세가 너무 올라 깜작 놀랐다.

언론에서 전세대란이니 전세난민이니 떠들어대도 우리 동네는 상관없겠거니 하고 마음을 놓고 있었다가 고민에 빠졌다.

같은 주택형으로 이사를 가려면 적어도 5000만원 이상은 더 얹어줘야 하고 그나마도 매물이 없기 때문.

여차하면 집주인의 요구대로 오른 전셋값만큼 월세를 내고 살든지 아니면 그나마 가격이 저렴한 인근 빌라로 옮기든지 이도저도 안되면 외곽으로 나가야 할 판.

이는 박씨만의 얘기가 아니다. 전셋집을 구하기가 어려워진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송파•서초•광진•강동•강남구 순으로 많이 올라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서울시에서 전셋값이 많이 오른 지역은 송파구(38.9%), 서초구(33.2%), 광진구(30.7%), 강동구(29.5%), 강남구(27.1%)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금융위기 이전 공급량이 늘면서 전셋값이 크게 하락했던 2008년 9월~2009년 1월 동안 전셋값 하락폭이 컸던 지역은 송파구(-13.5%), 서초구(-11.9%), 강동구(-11.7%), 광진구 (-11.1%), 강남구(-8.2%) 순이었다.

즉 강남3구를 비롯한 광진•강동구 등 2008년 전셋값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지역에서 지난해 전세 만기가 돌아오면서 전셋값이 급등하기 시작한 것.

송파구 잠실 일대는 2008년 잠실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신규단지 입주물량이 대거 풀리면서 세입자를 찾지 못해 이 일대 아파트 단지 전셋값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08년 9월 입주한 잠실엘스 전용 60㎡형은 입주 당시 전셋값이 2억1500만~2억5000만원 수준이었다.

2년 뒤 전세 만기가 돌아온 2010년 10월에는 전세 시세가 3억1500만~3억5500만원으로 뛰었다. 2년새 1억원 넘게 오른 셈.

3월 현재 이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3억4500만~3억9500만원 선이다.

잠실 삼성공인 관계자는 “2008년 입주 시점에는 잠실지역 공급물량이 많았던 데다가 금융위기까지 겹쳐 임대인이 고충을 겪었는데 이번에는 임차인에게 고통이 안겨졌다”고 말했다.

서초구에서 전셋값 폭등의 대표단지로는 반포주공을 재건축한 반포 자이가 손꼽힌다.

2008년 12월 입주해 입주 2년차가 지나면서 전세 매물이 나오고 있다. 입주 당시 3억원~3억9000만원 선이었던 전용 84㎡형의 현재 전셋값은 6억3500만~7억1000만원 수준. 2년 전보다 2배 이상으로 뛰었다.

교통과 학군, 생활 인프라가 뛰어난 지역인 데다가 강남권 신규 대단지라는 점 때문에 전세 수요가 몰리면서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

반포 자이,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등 반포동 일대 재건축 신규단지에 강남권 전세민이 몰리면서 서초구 전셋값 상승을 부추겼다.

반포동 훼미리공인 김윤배 대표는 “교육여건이 좋아 올 초 신학기를 맞아 전세 수요가 많았다”며 “전셋값은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파•서초지역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층이 다리 건너 가까운 광진구와 인근 강동구 등으로 눈을 돌렸다.

광진구는 2010년 상반기 서울에서 전셋값 상승폭이 가장 컸다. 학군 수요와 신혼부부 수요층이 많은 지역인 데다가 송파•서초•강동 등 인근 지역 전셋값 상승으로 전세 수요가 증가해 광진구 전셋값 상승에도 한몫을 했다.

광진구 광장동 현대5단지의 전용 84㎡형의 2008년 10월 전셋값은 2억2000만~2억6000만원 수준.

2010년 상반기 2억3000만~2억8500만원 선으로 주춤하던 전셋값은 하반기 들어 1000만원씩 오르기 시작하더니 현재 2억8000만~3억4000만원 수준으로 뛰었다. 6개월 사이 5000만원 이상 비싸졌다.

강남권 인근 수도권 강세

수도권 상황은 어떨까. 2009년 3월부터 2011년 2월까지 수도권의 전셋값 변동률을 살펴본 결과 하남(38.7%), 화성(36.4%), 구리(33.8%), 과천(33.2%), 용인(28.6%), 수원(28.4%) 순으로 전셋값 많이 올랐다.

서울에서는 금융위기 이전에 전셋값 하락폭이 컸던 지역을 중심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셋값이 급등세를 보였지만 수도권 지역은 양상이 조금 다르다.

서울에서 집을 구하지 못한 전세 수요가 서울과 출퇴근이 편리한 서울 근교, 신도시 등으로 유입되면서 하남•화성•구리•과천•용인•수원•남양주•성남 등 경기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전세난이 번졌다.

보금자리 주택 공급으로 전세 수요가 쏠리고 있는 하남시의 경우 서울 전세물량 부족으로 이동해 온 전세 수요까지 가세해 수도권 지역에서 최근 2년간 전셋값이 가장 많이 상승했다.

하남시 덕풍동 풍산아이파크 1단지 전용 84㎡형의 현재 시세는 2억1750만~2억3250만원. 지난해 10월부터 전셋값이 1000만원 이상 올랐다.

구리시는 강남권 접근성이 우수해 전세 수요가 꾸준한 지역인 데다가 그간 입주물량도 적어 전세값이 상승세다.

수택동 금호어울림은 전용 84㎡형이 2년간 4000만원 가량 올랐다. 2009년 1억4250만~1억6000만원 수준에서 머물렀던 전세 시세가 2010년 10월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해 현재 1억8500만~2억원 선.

수택동 육동연 공인중개사는 “그동안 전세가 잘 안나가던 대형 매물에서도 최근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며 “강남권을 비롯해 인근 강동, 광진 등에서 집을 구하지 못한 수요층이 구리시까지 옮겨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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