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외국인 의사 30명 초청해 ‘선진의술 나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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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현 교수(왼쪽)가 지난달 18일 서울 주한 몽골대사관에서 게렐(D.Gerel)대사로부터 감사장을 받고 악수하고 있다.

올 1월 9일 몽골 울란바토르 국립 중앙병원의 외과의사 만다크나란(Mandakhnaran·24)이 경남 진주 경상대병원 정형외과를 찾았다. 6개월간 연수를 받기 위해서다. 그는 “작년에 몽골에서 경상대병원 조세현 교수의 수술을 받은 16세 중증 선천성 골형성 부전증 환자가 걷는 것을 보고 한국에서 꼭 공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연수는 ‘외국인 의사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경상대병원 정형외과 조세현(56)교수 덕분이다. 조 교수는 2006년 경남 고성의 김석좌 신부와 함께 식수난 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해 몽골 현지를 방문했다. 거기서 그는 식수 부족 못지않게 몽골에 관절염 환자가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사막에서 생활하는 몽골인은 운동 부족과 많은 육류 섭취로 비만하고 말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많아 관절염 환자가 많았던 것. 하지만 의술은 우리나라 1960년대 수준(평균 수명 60세)에 지나지 않았다. 울란바토로 국립중앙병원도 관절염 등을 수술하기에는 시설·장비가 부족했다.

 이후 몽골을 해마다 방문해 인공 고관절과 슬관절 치환 수술을 5~6건씩 해주고 몽골 의사를 불러 가르치고 있다. 만다크나란은 연수를 받는 4번째 몽골 의사다. 2009~2010년에는 몽골 간호사 2명이 연수를 받고 돌아갔다.

  몽골의사 교육에는 어려움이 많다. 한국 간호사 등과의 의사 소통이 어렵기 때문이다. 1인당 500만원(항공료· 숙식비)씩 드는 비용 마련도 문제. 조 교수는 진주지역 병·의원장과 변호사, 금융기관 등의 도움을 받아 이를 해결하고 있다.

 조 교수의 ‘의술 기부’는 1993년부터 시작됐다. 개발도상국 의사를 돕겠다며 헝가리·중국·인도·루마니아의 젊은 정형외과 의사 30명을 3개월~1년씩 교육해 온 것이다. 이 업적으로 경상대병원 정형외과는 99년 ISAKOS (국제 관절경 슬관절 스포츠의학회)로부터 한국 최초의 슬관절 교육센터로 인증받았다. 교육센터는 전 세계에 200여 곳 있지만 국내에는 세브란스 병원 정형외과 등 두 곳뿐이다.

진주=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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