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장자연씨 편지 원본 찾는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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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장자연씨가 광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전모(31)씨에게 보냈다고 추정되는 편지의 사본. 전모씨는 이 편지를 지난해 재판 때 법원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첨부했다. [김태성 기자]


경찰이 고 장자연씨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 원본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장씨가 일간 신문사 대표, PD, 금융회사 관계자 등에게 성접대를 하도록 강요받았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선 편지의 원본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장씨 사건이 다시 불거진 것은 장씨와 어린 시절부터 친분이 있다고 주장하는 전모(31·수감 중)씨가 지난해 하반기에 장씨가 썼다는 편지를 법원에 제출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50여 통 250여 쪽에 달하는 이 편지엔 장씨가 성접대를 강요받고 괴로워하는 심경이 들어 있다.

당시 법원은 장씨를 때리고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전 소속사 대표 김모(42)씨와 장씨의 성접대 의혹을 폭로해 김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전 매니저 유모(32)씨 사건을 담당하고 있었다. 장자연 사건을 담당했던 수원지법 성남지원 3단독 고승일 판사는 8일 “지난해 교도소에 수감된 전모(31)씨가 장자연의 편지라는 문서를 제출해 사건기록에 첨부되어 있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법원의 사건기록을 열람한 분당경찰서 측은 “전씨가 법원에 제출한 편지는 손으로 쓴 원본이 아니라 복사본”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전씨가 수감돼 있는 광주광역시 교도소 독방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조사에 나섰다. 전씨가 장씨에게서 받은 편지 원본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사본만으론 눌러쓴 흔적(압흔)이 없어 장씨가 직접 쓴 것인지 정확히 판독을 할 수 없다. 조현오 경찰청장도 이날 최근 장씨가 썼다는 편지가 SBS에 의해 공개된 것과 관련해 “철저하게 진위 파악을 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편지 원본을 확보하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필적 감정을 의뢰할 방침이다.


 장씨가 쓴 편지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전씨는 전남에서 태어나 공고에 다니다 중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전과 10범으로 한때 정신장애 증세 등으로 약물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장씨가 2009년 3월 자살한 뒤 한 스포츠신문에 “장씨가 나에게 평소 고민을 털어놨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존재가 알려졌다. 당시 경찰은 전씨가 장씨와 알고 지냈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전씨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씨가 지난해 법원에 제출한 편지엔 장씨와 전씨가 고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내용이 나온다. 이런 편지가 제출됐는데도 검찰이나 경찰은 진위 여부에 대한 추가 수사를 하지 않았다. 또 법원에서도 이 편지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재판을 맡았던 고 판사는 “재판부가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에게 증거신청 여부를 검토해 줄 것을 요구했는데, 피고인과 변호인들이 이를 증거로 신청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원한 법조계 관계자는 “편지 내용은 성접대 내용을 공개해 전 소속사 대표 김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장씨의 전 매니저 유씨 측에 유리한 내용인데 왜 증거신청을 하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자연 사건=‘장자연 사건’은 2009년 3월 7일 탤런트 장씨가 경기도 성남시 이매동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처음 경찰은 우울증에 의한 자살로 결론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지만 장씨의 전 매니저 유씨가 성상납 내용을 담은 장씨의 자필 문건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같은 해 7월 10일 금융회사 간부, 언론사 관계자, 프로듀서 등 수사 대상자 20명 중 9명을 입건하는 것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전 대표 김씨와 유씨를 기소하고 나머지를 무혐의 처리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수원=유길용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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