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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미리 보실까요, 올 가을·겨울 패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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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봄이 오기도 전에 올 가을·겨울 옷을 내놓는 곳이 있다. 디자이너 컬렉션이다. 지난달 23일(현지 시간)부터 일주일간 열렸던 ‘밀라노 여성복 패션 위크’도 그중 하나. 68개의 패션쇼가 각기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공통적인 유행의 방향을 제시했다. 올 가을·겨울 옷은 지난해 ‘레이디 라이크 룩(여자답게 입기)’을 뒤엎는 남성적인 스타일이 많았고, 겨울 옷답지 않은 원색이 곳곳에서 등장했다. 소재 자체로 튀는 의상들도 눈길을 끌었다. 패션쇼 현장을 찾아 올 가을·겨울 패션 트렌드를 엿봤다.

밀라노=이도은 기자, 사진=트렌드포스트 제공

‘요조숙녀는 가라’ 남성적 스타일이 대세

1 튀는 청록색 드레스에 비슷한 색의 모피까지 더해 화려함을 극대화시켰다. 구찌. 2 원피스·가방·부츠까지 한 색으로 꾸민 모습. 블루마린. 3 턱시도를 여성복으로 변신시키면서 금색 커머밴드를 포인트로 활용했다. 모스키노. 4 에스닉한 무늬에 청록·주황 등 화려한 컬러를 섞은 원피스. 여기에 품이 넉넉한 털조끼로 남성적 느낌까지 더했다. 에트로. 5 보통 남성 슈트에 소매를 잘라 여성복으로 재해석한 디자인. 돌체앤가바나. 6 플라스틱과 모조 털을 섞은 옷이 눈길을 끌었다. 프라다. 7 프린트 원단에 검정 레이스를 겹쳐 우아하면서도 화려하게 보인 원피스. 보테가베네타.


여자들이 남자 옷 사 입는 세태를 반영한 걸까. 아예 남자 옷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옷들이 많았다. 품이 넉넉한 외투, 잘 재단된 턱시도가 대표적이었다. 지난해 유행한 ‘레이디 라이크 룩(여자답게 입기)’과는 정반대의 선택이었다.

특이한 점은 이런 남성적인 옷이 지극히 여성적인 옷들과 함께 짝지어졌다는 것. 에트로는 살이 비치는 시스루 블라우스 위에 묵직한 외투를, 갑옷이 연상되는 버클 장식 털 조끼에 매끈한 다리선이 살아나는 일자 치마를 짝지었다. 모스키노도 해군복을 그대로 입은 듯한 더블 브레스티드(단추가 2~3개씩 두 줄로 달린) 재킷에 스커트와 롱드레스를 걸쳐 대비의 멋을 노렸다. 아예 턱시도 차림을 하고 나오면서 커머밴드(턱시도를 입을 때 복부에 두르는 천)를 꽃무늬나 핑크색으로 꾸미기도 했다. 이때 주렁주렁한 귀고리·목걸이를 액세서리로 택하기도 했다. 돌체앤가바나는 쇼의 절반이 ‘남성적 여성복’이었다. 하늘하늘한 드레스와 번갈아 신사·소년의 모습이 연출됐다. 턱시도는 팔을 뗀 긴 조끼로, 코트로 다양하게 변주됐고, 셔츠는 등이 파인 디자인으로 ‘반전’을 줬다.

검정의 전성시대 누른 원색

겨울 옷을 대표하던 검은색의 기세가 누그러졌다. 지난해 ‘새로운 블랙’으로 등극했던 캐멀(낙타)색도 힘을 잃었다. 브랜드마다 눈이 시릴 만큼 선명한 원색이 무대에 등장했다. 관람객들이 입은 두터운 외투를 보지 않았다면 마치 봄 컬렉션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들게 했다. 원색 중에서도 노랑·주황·초록 등이 자주 나타났다.

아예 블루마린의 패션쇼 무대는 ‘물감 팔레트’였다. 원피스·가방·구두 등을 무지갯빛으로 구성한 모델들이 한꺼번에 등장했다. 구찌는 원피스·드레스·바지 등 거의 모든 아이템이 원색 열전이었다. 블랙이 대세였던 모피 아이템조차 암녹색·적갈색·보라색이 등장했다. 구찌의 수석 디자이너인 프리다 지아니니는 ‘색채를 입은 흑백영화’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그간 검정이나 중성색을 고집했던 브랜드조차 ‘원색 도전’을 택했다. 엠포리오 아르마니는 쇼 뒷부분에 청록·파랑 모피 재킷을 하나 둘씩 선보였고, 돌체앤가바나도 흑백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파랑·분홍색 반짝이 외투를 깜짝 등장시켰다. 보테가베네타는 오렌지 핑크·초록색이 들어간 원피스·코트를, 질 샌더는 원색에 아예 꽃무늬까지 더해 겨울 속 봄 분위기를 한껏 뽐냈다.

가죽·양털 …소재로 멋 낸 디자이너들

한 가지 소재로만 만든 옷은 허전해 보일 정도였다. 겹쳐 입기를 한 듯 여러 소재를 섞은 옷들이 많았고, 그 덕에 풍성한 느낌이 자주 연출됐다. 에트로는 다양한 소재의 조합이 두드러졌다. 코트의 몸체 부분은 체크무늬 모직으로 만들면서 소매는 반짝이는 가죽으로, 칼라는 꼬불꼬불한 양털로 덧대는 식이었다. 구찌도 모피 코트 하나에 여우털·밍크·염소털 등을 조합시켜 털 길이가 다른 데서 오는 화려함을 보여줬다. 보테가베네타는 드레스조차 부분 부분 면을 덧댔다.

한눈에 ‘뭐로 만들었지?’라는 궁금증이 절로 드는 옷들도 많았다. 눈부셨던 프라다의 원피스는 언뜻 보기엔 시퀸(금속이나 합성수지 등으로 만든 반짝거리는 작은 조각)을 장식한 것 같았지만 플라스틱 조각을 물고기 비늘처럼 붙인 것이었다. 보테가베네타는 보푸라기가 일어난 듯 일부러 거친 모직을 쓴다거나, 무늬 있는 원단 위에 레이스를 덧대 마치 ‘스테인드글라스’ 같은 소재를 시도하기도 했다.

모자·워머·가방…눈길 끄는 털(fur) 액세서리

이번 컬렉션에선 털로 만든 액세서리가 전방위로 활용됐다. 코트만이 아닌 다양한 액세서리에서 털이 빠지지 않았다. 하나같이 긴 털로 만들어 볼륨감을 키웠다. 구찌의 볼레로(소매·길이가 짧은 조끼)는 무난한 축에 속했다. 마치 스카프를 삼각으로 묶은 듯 니트 위에 드리워진 모피 목도리(펜디), 겨자색 모피가 전체로 덮인 모자 (프라다), 어깨 한 쪽에 껴서 두르는 원통형 워머(조르조 아르마니), 털이 북실거리는 모피 가방(엠포리오 아르마니)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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