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반복되는 북한 GPS 교란 … 대비책 충분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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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한군이 대남 전자전(電磁戰)에 적극 나서고 있어 군과 관련 당국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북한은 지난 4일 위성위치정보시스템(GPS) 전파 수신을 교란하는 전자파를 발사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수도권 서북지역의 휴대전화 통화품질이 저하되고 시간이 맞지 않는 등 민간 피해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군의 포병 계측장비 일부에 일시적인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해 8월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때도 GPS 교란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번에도 한·미 연합 키 리졸브 연습을 겨냥해 교란 전파를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북한의 전파 교란 행위가 우리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진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잦아진 북한의 대남 전파 교란 행위는 시험 공격일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전자 공격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

 군 당국은 우리 군의 주요 전자장비는 북한의 전자 공격에 대비해 암호화된 통신 방식을 사용하는 등 대비하고 있어 충분히 방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군 장비만이 아니다. 휴대전화가 민간 통신의 주축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전파를 사용한 각종 금융거래나 여객기 운항 등도 활발하다. 이런 활동이 북한의 전자 공격에 취약하다는 것은 이번 북한의 공격으로 일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일부 군 장비들도 군사용이 아닌 상용 GPS를 사용하고 있어 유사시 교란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북한의 대남 전자 공격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발생한 우리의 피해 등을 토대로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문제는 북한이 이미 핵폭탄을 개발한 상태라는 점이다. 핵폭탄은 폭발 때 강력한 전자기 펄스(EMP)를 발생시켜 군과 민간의 거의 모든 전자장비를 아예 못 쓰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북한은 또 일반 EMP 폭탄 개발을 위해 전력을 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전자공격에 대비한 군과 민간 차원의 종합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