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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 금요일 새벽 4시] “맥아더 책 있나요” “맥가이버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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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면

◆삼일절 오후, 경기도 성남아트센터. 뮤지컬 ‘아이다’ 공연이 한창이었습니다. 선배 기자의 사진장비를 챙긴 뒤 함께 차에서 내렸죠. 주차장으로 아우디 A8 한 대가 들어왔습니다. 중년 남자가 내렸습니다. 피트한 갈색 바지와 재킷에 검정 스웨터. 멋쟁이였죠. 바로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였습니다. 그가 기자를 알아보고 인터뷰 장소로 안내했습니다. 미로 같은 무대 뒤편을 헤집고 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호텔 직원처럼 몸을 한껏 낮춘 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무거운 장비를 든 사진기자에게 그가 말했습니다. "들어드릴게요.”

 박칼린 감독은 인터뷰를 즐기더군요. 시종 호방한 웃음과 진지한 자세로 말이죠. 좀체 인터뷰를 안 한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웠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사진 찍을 때였습니다. 사진기자가 물었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독자들을 만나고 싶으세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 아니면 부드러운 모습?” 그녀가 답했습니다. “아유~ 카리스마, 저 그거 아니에요.” 그러다 오후 5시, 공연이 임박했습니다. 그녀가 달라졌습니다. 무대 쪽으로 서둘러 가야 하는 시각이었죠. 독특한 카리스마를 발휘해, 그녀를 더 붙잡으려는 17년, 14년차 기자 둘의 인터뷰를 강제종료(?)시켰습니다. 한 칼에 말이죠. 회사로 돌아와 “인터뷰 잘 했느냐?”는 에디터의 질문에 짐짓 태연한 척 답했습니다. “그럼요, 와 사진 잘 나왔네, 컨셉트 좋고~.” <김준술>

◆이번 주 마감을 마치고 ‘아이패드 2’가 팀원들 사이에 화제였습니다. 먼저 건재함을 과시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 얘기가 나왔죠. “인터뷰 한번 해야지?” 이런 야심 찬 의욕과 함께요. 그러다 돌연 j 지면을 디자인하는 제게 불똥이 튀었습니다. 먼저 선배들이 한마디씩 놀립니다. “호준씨, 아이패드 산 지 한 달 반인데 벌써 새 제품이 나왔네? 크크.” “귀하가 아이폰 산 뒤에도 금방 아이폰4가 나오더니만.” 후배는 안쓰러웠는지 제 편을 듭니다. “그런 거 따지다 스마트 젬병이 돼요.” 새로운 IT 제품이 나올 때마다 쏜살같이 구입하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의 비애입니다.

 이런 걸 좋아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제 디자인은 ‘새롭고 편안함’을 지향합니다. 새롭지만 지나치지 않는 지면을 만들고 싶은 거죠. 그게 어디 쉽습니까. 당연히 공부를 게을리할 수 없습니다. 디자인과 비주얼 자료를 쉽게 모아 주는 ‘효자’가 그런 IT 기기입니다. 동영상 강의도 빼놓지 않고 봅니다. 그래서 팀원들에게 말했죠. “왜들 그래요. 공부 좀 한다는데.” 금세 응징이 돌아옵니다. “앱(App) 다운받아 기타 연습하는 게 공부냐?” <김호준> 

◆『대통령의 영어』를 쓴 칼럼니스트 이윤재씨가 인터뷰 도중 목청을 높인 순간이 있었습니다. 링컨의 그 유명한 게티즈버그 연설의 ‘오역’에 대한 것입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로 흔히 번역되는 유명한 문구 아시죠? 이 문구에서 ‘정부’가 ‘정치’로 바뀌어야 옳은 번역이라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우리 사회가 수십 년째 잘못 번역하고 있다는 거죠. ‘정부’를 의미하는 보통명사가 아니라, ‘정치’ ‘정치제도’를 의미하는 추상명사로 쓰였다는 것입니다.

 이윤재씨는 매우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기사 쓸 때 참고해 달라’며 인터뷰한 뒤 j 에 보내온 메일만 10통이 넘습니다. ‘꼼꼼한’ 그가 자료 수집 중에 서울시내 한 대형 서점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며 개탄했습니다. 젊은 점원에게 ‘맥아더 관련 책 있습니까’ 하고 물으니, 젊은 점원 왈 ‘맥가이버 말인가요?’ 하더랍니다. 우리 모두 역사를 잊어선 안 되겠습니다. <성시윤>

j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사람섹션 ‘제이’ 39호
에디터 : 이훈범 취재 : 김준술 · 성시윤 · 김선하 · 박현영 기자
사진 : 박종근 기자 편집·디자인 : 이세영 · 김호준 기자 , 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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