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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가 줄었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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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총장

새 학기와 함께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걱정도 새롭게 시작되고 있다. 2010년에는 사교육비가 줄었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지만 주위에 이를 체감하는 학부모는 별로 없다.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학부모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교육적 욕구를 공교육을 통해 충족시켜주어야 하지만, 고등학교 교육비마저도 학부모들에게 부담시키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교육 관련 대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우선 사교육을 없앨 수는 없음을 인정하며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마이클 영은 ‘업적주의사회 도래’에서 “자녀 교육을 위해 부모가 돈을 쓸 수 없도록 금지하지 않는 한 부모들은 다른 곳에서 자신들의 암시장을 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국가는 사교육비를 지출할 수 없는 학부모를 위한 대책을 비롯해 공교육을 보완하는 방안, 사교육 시장의 역효과를 최소한 줄이며 과도한 사교육으로 인한 학부모 고통을 줄여주기 위한 심리적·재정적 보완책 마련 등을 고민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럼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담 교육비 비율이 오히려 낮아지는 현실을 보면 국가 정책이 어디에선가 엇박자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둘째, 우리 사회가 줄이고자 하는 것은 주로 ‘단순 입시 준비용’ 사교육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러한 사교육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한 반복 학습에 치중한 결과 학생들의 지적 성장 및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자질 함양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만일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도 유사한 모습으로 진행된다면 학교 안의 사교육만 증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셋째, 입시제도를 바꾸고자 할 때 환경영향 평가와 같은 ‘사교육 영향 평가’를 반드시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 최근의 외고 등 특목고 입시제도 변화로 인해 서울 강남지역 중학생 영어 사교육비는 5.1% 감소했으나, 특성화고(옛 전문계고) 학생들의 대입 준비 사교육비는 11.7%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형 기준의 잦은 변경, 전형 요소와 기준의 과도한 다양화 등은 학교의 진학지도 능력과 적응력을 떨어뜨림을 명심해야 한다.

 넷째, 학교의 진학지도 역할 개선이다. 학교는 학원과 같은 문제풀이식 교육을 하는 대신 학생들에게 지적 도전의식을 키워주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줌으로써 공부의 맛을 느끼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근본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고, 교육시설과 설비를 개선하며 교사의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교육 수장은 교육정책 간의 상충을 막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사교육비 절반’이라는 정책 목표를 내걸었지만 더 중요한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사교육을 유발시키는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면 반드시 유발될 사교육비 정도의 보완 예산을 함께 마련해 학생을 지원해야만 국가 정책이 신뢰를 받게 될 것이다.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