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페이스북 마케팅은 헛된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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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임문영
미디어 칼럼니스트

얼마 전 한 지인이 “페이스북에서 무작위로 아무에게나 친구 요청을 하다가 4일간 사용정지를 먹었다”는 쪽지를 내게 보내 왔다. 페이스북에선 친구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경우가 일정비율을 넘어서면 제재를 하는 규정이 있는데 이를 몰랐던 것이다. 그는 빨리 많은 친구를 만들고 이를 활용해 마케팅을 하려 했다고 한다.

 최근 페이스북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를 활용한 마케팅 비법까지 회자되고 있다. 세계 6억 명 이상이 가입한 인터넷 서비스로 국내 가입자 숫자도 400만 명을 돌파한 데다 지금도 계속 빠른 속도로 가입자가 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신기술이나 새로운 홍보 도구로 보는 시각은 문제가 있다. 페이스북은 새롭게 진화해 가는 인터넷의 한 갈래일 뿐이다. 진화의 방향은 ‘사람’이다. 페이스북이 급속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인터넷에서 인간을 재발견한다’는 시대 정신이 배경이 된 것이다.

 인터넷은 신기술의 총아였다. ‘네트워크의 네트워크’ 혹은 ‘정보의 바다’라고 불렸다.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구글은 정보기술(IT) 업계의 승자가 됐다. 그러나 구글이 발견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사람’이다. 2004년부터 인터넷 세상의 화두가 됐던 ‘웹 2.0’ 정신의 골격은 바로 참여·개방·공유 등 ‘인간적 가치’였다.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였다.

 페이스북은 사실 그리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언급한 것처럼 하나의 ‘아이디어’였을 뿐이다. 다시 말해 인간관계를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다. 페이스북은 ‘기계 중심’의 인터넷을 ‘인간 중심’으로 재편한다. 구글이 기계적으로 자동 수집하고 있는 수많은 웹 링크 정보와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을 비교해 보라. 페이스북은 사람들의 손가락을 더 믿는다.

 페이스북은 사실 운이 좋았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어 내면서 웹에 갇혀 있던 인터넷 세상을 바깥으로 끌어내 개인의 손에 쥐여줬기 때문이다. PC 기반의 인터넷에서 개인은 쉽게 드러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스마트폰은 진정한 개인성의 기반을 창조했다. 모바일 혁명의 파고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함대를 인터넷의 먼바다에 띄워 보냈다. 스마트폰이 만든 개인성은 개인이 중심이 되는 위치(포스퀘어)·거래(그루폰)·대화(트위터)·관계(페이스북) 기반 서비스로 재탄생했다. 바야흐로 모바일 혁명 위의 SNS들이 만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모바일과 웹을 연결한 개인 네트워크를 개방 전략으로 일관되게 추진해온 페이스북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더 많은 연결과 개방은 변화를 만들고, 그 변화는 새로운 힘의 중심이 된다. 페이스북은 그래서 변화의 중심이 되고 있다.

 페이스북을 마케팅에 사용하려는 시도는 헛된 것이다. 억지로 만든 ‘듣보친(듣도 보도 못한 친구)’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친구란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을 뜻한다. 그것은 절대로 페이스북이 만들지 못한다. 페이스북은 도구일 뿐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는 지금 인터넷에서 ‘사람’의 의미를 새삼 다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SNS에 대한 지금의 관심들이 소셜 마케팅의 거품을 걷고 미디어에서 인간의 의미를 다시 수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임문영 미디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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