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반WTO 시위 핵심 역할

중앙일보

입력

미국 시애틀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반대 시위는 인터넷의 한 전자메일을 통해 이미 11개월전부터 시작됐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시위주도단체인 `시민세계무역워치''(PCGTW) 는 WTO 각료회의 개최지가 시애틀로 결정되자 지난 1월26일 수천명의 지지자들에게 "일정을 취소하라. 우리는 11월말 시애틀로 간다"라는 메시지를 띄웠다.

이를 계기로 다른 운동단체들도 비슷한 내용의 전자메일을 회원들에게 보내기 시작했으며 WTO회의를 저지하기 위한 갖가지 방안을 제시하는 전자메일 그룹이 수십개나 생겼다.

그리고 올 가을 이런 전자메일 그룹을 통합한 웹사이트(http://www.seattle99.org)가 등장, 자원봉사자 규합과 각 단체 활동사항 홍보는 물론 시위 지침 하달에서 시위자의 숙박지 안내까지 담당하게 됐다.

`공정한 무역을 위한 시민''이란 단체가 운영하는 이 웹사이트는 노동.환경.인권단체 소속 시위자 수만명에게 시위 관련 정보를 수집, 전달하는 `지휘본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NGO 관계자들은 바로 이러한 인터넷 중앙연락망이 있었기 때문에 시애틀 시위가 격화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이 없었다면 이런 대규모 시위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무역워치의 마이크 돌런 시위 책임자는 "인터넷이 시위 등 정치.사회적 행동에 있어서 가장 혁신적이며 강력한 수단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넷이 여러모로 투쟁대상인 기업이나 정부보다 우리에게 더 많은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돌런은 인터넷이 지역적 거리감을 없앨 뿐 아니라 분야가 서로 다른 정치단체들이 적어도 WTO를 `공동의 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한몫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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