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진흥기금 2000년 400억원 적자 예상

중앙일보

입력

지난 11년동안 수익금으로 원금을 불려왔던 체육진흥기금이 내년에는 적자를 낼 전망이다.

체육진흥기금은 지난 89년 만들어진 뒤 한번도 적자를 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내년에는 체육진흥기금 사업수입이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쓸 곳은 크게 늘어나 약 400억원의 적자 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고 3일 밝혔다.

적자 예산은 기금 원금을 꺼내 써야하는 것으로 이는 지난 89년 기금 창설 이후 처음이다.

이런 적자 예산 편성은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과 이연택 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이 이미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자예산편성의 가장 큰 원인은 기금 주요 수입원인 체육진흥부과금 징수가 폐지되고 금리하락으로 이자 수입마저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부의 각종 준조세 철폐 방침에 따라 경기장 입장료와 체육시설 이용료 등에 붙던 부과금은 이번 정기국회에 상정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징수 근거를 잃게 된다.

공단은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한해 400억원에 이르던 부과금 수입이 없어지게 되고 연리 10%가 넘던 금리가 내년에는 7% 안팎으로 떨어져 이자수입도 200억원 넘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내년 기금을 풀어야 할 용처는 당장 코앞에 닥친 시드니올림픽 대표팀 경기력 향상 지원금을 비롯해 생활체육기반 조성 자금 등 더욱 많아지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기업의 스포츠 부문 지원이 크게 줄어든데다 경기단체와 지방자치단체, 학교 등도 스포츠 진흥 자금이 아쉬워 기금에 손을 벌리는 일이 더욱 많아졌다.

공단은 내년 이자수입과 경륜, 복권 등 사업수입으로 남을 잉여금은 320억원에 불과하지만 지출은 7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기금 원금 잠식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공단은 그러나 경정사업과 경기복표 등 신규사업에 착수하는 오는 2001년께부터 기금은 다시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89년 서울올림픽 잉여금 3500억원을 종자돈으로 삼아 설립된 체육진흥기금은 그동안 해마다 200억원 안팎을 체육진흥지원금으로 쓰고도 증식을 거듭, 올 연말이면 6천200억원에 이르게 된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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