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신데렐라법’ 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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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을 막기 위한 게임 제한이냐, 게임산업 활성화냐.

 ‘셧다운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이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온라인게임에 접속하지 못하게 막는 제도다. 대상 연령을 만 14세 미만으로 하려던 문화체육관광부와 만 19세 미만을 주장하던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말 만 16세 미만으로 하는 절충안에 합의하면서 ‘셧다운제’ 도입은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세부법안 마련 과정에서 두 부처가 다시 대립하고 있다. 셧다운제가 적용되는 게임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를 두고서다. 문화부는 ‘스타크래프트’ ‘아이온’ 등 중독성 강한 온라인PC게임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여성부는 모든 인터넷게임을 포함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여성부 안에 따르면 인터넷을 통해 즐기는 스마트폰게임, 가정용 콘솔게임 및 포털에서 즐기는 게임들까지 포함된다. 셧다운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청소년보호법은 9일 국회 법사위에 상정될 예정이다.

◆여성부 “스마트폰게임 빼곤 실효성 없다”=여성부를 비롯한 일부 사회단체는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을 실질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PC게임뿐 아니라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게임도 규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청소년이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스마트폰게임을 제외할 경우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게임중독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여성부 뒤에는 수많은 학부모가 응원을 보내고 있다. ‘아이건강국민연대’는 대상 연령을 아예 만 19세 미만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올 1월 말 현재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청소년 수는 69만 명. 여성부 관계자는 “ PC게임과 스마트폰이 연동되고 있는 데다 일반 휴대전화가 속속 스마트폰으로 바뀌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모바일게임도 셧다운제 규제에 포함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문화부·업계 “모바일게임 크게 위축될 것”=게임업계는 거의 패닉 상태다. 게임업계 양성에 공을 들이는 문화부는 이런 업계의 주장에 손을 들어 주고 있다. 한 모바일게임 업체 관계자는 “지금도 게임 출시 전에 정부 심의를 받도록 한 국내법 규정 때문에 한국에는 게임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는 애플이나 구글이 ‘셧다운제’ 규정을 지켜 가며 한국에서 게임 서비스를 하겠느냐”며 “결국 국내 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상당히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털업계와 통신업계도 비상이다. 여성부 안에 따르면 게임업체뿐 아니라 애플·구글·G마켓·옥션 등의 게임을 판매하는 오픈마켓 운영업체와 SK텔레콤·KT 등 게임 관련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업체까지 셧다운제 적용 대상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셧다운제 도입 이유는 중독성 강한 온라인게임을 규제하기 위해서인데 이를 모든 게임으로 확대할 경우 국내 게임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게임산업 규제에 대한 글로벌 스탠더드와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신데렐라법=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한 심야 게임 규제법을 이르는 말.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면 신데렐라의 마법이 풀리듯 자정이 되면 자동적으로 청소년이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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