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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엎친 데 ‘버스 테러’ 덮친 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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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6일 오전 전주시 팔복동 호남고속버스 차고지에서 버스화재가 발생, 차체 내부가 모두 불에 타버렸다. [전북도민일보 제공]


달리는 버스에 돌멩이가 날아 들었다. 심야 차고지에서는 화재가 발생해 차체가 불에 타버렸다. 시민들은 “이러다 대형사고가 터지는 게 아니냐”며 불안해 하고 있다.

 전주 시내버스 파업이 2일 현재 85일째를 맞고 있다. 지난해 12월 8일부터 시내버스가 파행 운행되는 가운데 차량이 불 타고, 돌 투척으로 유리창이 깨지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경찰은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테러로 규정하고 범인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일 전주에서는 운행 중이던 시내버스의 유리창이 깨지는 사고가 두건이나 발생했다. 이날 오전 5시45분께 전주시 금암동 기린로를 달리던 관광버스에 돌멩이로 추정되는 물체가 날아와 유리창이 깨졌다. 돌멩이는 운전석 뒤 셋째 자리의 유리창을 때렸다. 승객이 타기 전이라 인명 피해는 없었다.

 5분 뒤 금암동 한진고속 앞 도로를 지나던 또 다른 버스에 비슷한 물체가 날아와 유리창이 파손됐다. 이들 버스는 파업중인 시내버스를 대신해 두달 전부터 전주지역을 운행하던 관광버스였다.

 사고버스 운전자는 “차고지를 출발해 승객을 태우러 달려 가던 중 갑자기‘빵’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유리창에 깨졌다”며 “파손된 유리에 직경 1~1.5㎝ 구멍이 뚫린 것으로 미뤄 누군가 새총에 돌·쇠구슬을 넣어 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버스테러는 1주일새 6건이나 발생했다.

 지난달 26일 오전 0시쯤에는 전주시 팔복동 한 차고지에 화재가 발생해 시외버스가 불에 탔다. 화재는 20여 분 만에 진화됐지만 차체는 형체만 남긴 채 모두 타버렸다. 목격자인 김모(50)씨는 “집에서 TV를 보던 중 밖에서 깡통 던지는 소리가 들려 창문을 열고 바라보니 버스가 불 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발화가 여러 곳에서 된 점으로 미뤄 방화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앞선 지난달 23일에는 진북동 한국은행앞 도로에서 시내버스 4대가 공격을 받았다. 이들 버스는 비슷한 시간대에 돌멩이가 날아와 유리창이 파손됐다.

 시민 양오봉(50·대학교수)씨는 “버스 운전기사가 공격을 받았더라면 차선 이탈이나 인도 돌진 등으로 대형사고가 일어났을 것”이라며 “대다수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이처럼 무분별한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시내버스에 대한 공격을 테러로 규정하고 특별 수사팀까지 구성했다. 범인 검거에 결정적 제보를 한 시민들에게는 500만원씩 포상금을 지급 키로 하고, 홍보 전단지 1만장을 제작해 곳곳에 부착했다. 강황수 전북경찰청 수사과장은 “버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불법행위가 이어지고 있다”며 “경찰관 30여명으로 수사전담팀을 구성, 불법행위자를 반드시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버스 보조금 중단=전북도는 2일 “전주지역 버스 운송업체에 지급예정이던 1분기 보조금 6억2500여 만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전주지역 시내버스 운행률이 낮은데 따른 것이다.

 전북도와 전주시는 지난달 22일 “2월 말까지 시내버스 운행률을 80%, 시외버스 운행률을 90%까지 높이지 않으면 버스 업계에 지원하는 보조금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일 전주지역 시내버스는 총 382대중 209대가 운행하고 있다. 전세버스(66대)까지 포함해도 운행률은 71.9%에 그치고 있다. 전북도와 일선 시·군 등은 벽지노선 손실 보상, 적자노선 재정지원 등 명목으로 일년에 390억원의 보조금을 버스업체에 지원하고 있다.

 라민섭 전북도 건설교통국장은 “세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전주지역의 버스 파업으로 학생·서민 등 많은 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며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버스 운행이 하루빨리 정상화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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