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폰’ 1349대 팔아 14억 챙긴 조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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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세워놓고 회사 명의로 휴대전화 1300여 대를 개통한 뒤 일명 ‘대포폰(차명 휴대전화)’으로 유통시킨 조직폭력배 일당이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스마트폰 700여 대 등 ‘대포폰’ 1349대를 개설하고 이를 국내와 중국에 불법으로 판매해 14억5000만원을 챙긴 혐의(사기)로 양모(32)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최모(31)씨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양씨 등은 2009년 11월부터 최근까지 국내 3개 이동통신사의 가맹점 341곳에서 고가의 휴대전화를 개설한 뒤 단말기 값과 사용료를 내지 않고 대당 20만~50만원에 팔아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충남 지역의 조직폭력단으로 활동해온 이들은 인터넷으로 모집한 노숙자와 신용불량자 등의 명의로 법인을 설립하고 휴대전화를 개설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 전화기들이 서울 대림동과 가리봉동 등 차이나타운 일대에 대량으로 팔려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유통된 대포폰들이 보이스피싱이나 쓰레기(스팸) 문자 발송, 불법 도박, 성매매 등 범죄에 쓰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양씨 등은 법인 설립 절차가 대폭 간소화되자 그 틈새를 파고든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상법이 바뀌면서 100원만 있어도 법인을 세울 수 있게 된 점을 악용한 것이다. 명의만 빌려주는 ‘바지 사장’이 법인 수십 개를 세우고 대표이사, 감사, 이사 명의를 번갈아 올리는 방식으로 500개가 넘는 법인을 설립했다. 2008년부터 유심(USIM·가입자 식별 모듈)칩의 잠금 기능이 해제됨에 따라 칩만 갈아 끼우면 기기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게 된 것도 이들의 범행에 도움을 줬다.

 경찰은 “유령회사로 인한 피해 사례가 느는데도 이동통신사 간 자료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며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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