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애니메이션 〈마일로의 대모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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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저녁 6시 15분 KBS2TV를 통해 첫 방영된 〈마일로의 대모험〉(총감독 강한영)은 곤충들이 등장하는 한국판 〈벅스 라이프〉 다.

개미인 주인공 마일로와 여자친구 다핀을 비롯, 나비.쥐며느리.사마귀.풍뎅이.호박벌 등 우리 주위의 곤충들을 앙증맞은 모습으로 그려냈다. 물론 캐릭터 시장을 노린 전략이다.

애초부터 세계시장을 염두에 둔 이 작품은 기획 및 제작에 2년이 걸렸고 제작비도 6백50만달러나 투입됐다. 꼼꼼한 화면처리와 자연스런 움직임 등에서 우리 애니메이션 작품의 발전상을 쉽게 느낄 수 있다.

개미들이 메뚜기 말을 타고 진딧물 소를 키운다는 참신한 설정이 눈길을 끈 첫 회의 시청률은 12.8%. 〈포켓몬스터〉 〈카드캡터 체리〉 〈날아라 호빵맨〉등 일본 만화영화가 점령한 이 시간대에 첫회 치곤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녹색전차 해모수〉 〈레스톨 특수구조대〉 〈붐이담이 부릉부릉〉 등 최근 일련의 한국 애니메이션들의 분위기, 즉 화려하고 선명한 색조를 강조하는 경향이 마일로에서도 살아있다.

하지만 첫회의 경우 다소 산만한 진행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교육적인 측면, 즉 이기적인 친구들이 결국 잘못을 인정하고 화해를 한다는 주제에 너무 눌려버렸다.
그러다 보니 등장인물들이 사건을 말끔히 소화하지 못하고 성우의 나레이션까지 빌리게 됐다. 컨트리풍의 음악도 거슬렸다.

아무리 무국적의 곤충세계라 하지만 한국적 냄새를 집어넣을 수는 없었을까. 마일로는 이제 2000년 5월까지 머나먼 모험의 여정(26부작)을 시작했다.

통합방송법의 통과로 한반도에서도 '방송대전' 이 발발한 시점에 마일로가 무찌르려는 암흑왕이 세계 굴지의 미디어재벌 머독과 동명이인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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