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마킹] 길거리 '묻지마 이벤트'로 시선 모은 P&G 티저광고

중앙일보

입력

서울 강남역 사거리 한쪽에선 최근 이색적인 침묵 '시위' 가 3일간 벌어졌다. 낮 12시부터 1시간 동안 점심시간만 되면 하얀 스카프.원피스 차림의 늘씬한 도우미 10여명이 나타나 일렬로 도열했다.

이들은 '○○일 후 아름다운 약속이 시작됩니다' 라는 글귀가 쓰인 간판을 하나씩 들고 줄지어 서 있을 뿐 마네킹이나 마찬가지였다.

광고는 광고 같은데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는 행인들의 표정. 궁금증을 못 이겨 "뭐가 시작되느냐" 고 다가가기도 하지만 도우미의 무표정한 얼굴에 대답을 듣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이런 '이상한' 행사는 서울시청 앞. 강남 압구정. 신촌에서도 이어졌다.

3일간의 '묻지마 이벤트' 가 끝난 뒤에야 비밀이 벗겨졌다.

미국 P&G의 헤어케어 브랜드인 팬틴이 신제품 '팬틴 프로비타민 시스템' 을 출시하면서 길거리 '티저(teaser)마케팅' 을 선보인 것. 티저 마케팅은 인쇄 매체 광고에서 제품이나 서비스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광고를 이어가며 소비자의 궁금증을 극대화시키는 기법.

팬틴 관계자는 "드러내는 것보다 감추는 것이 광고 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에 착안했다" 며 "특히 화장품은 입에서 입으로 퍼지는 구전(口傳)마케팅 효과가 최대한 발휘되는 상품" 이라고 말했다.

활자에서 거리로 뛰쳐나온 티저 마케팅. 미국.유럽에서도 실험적으로 도입되는 단계인데 P&G는 이번에 브라질.홍콩.한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이 행사를 가졌다.

팬틴 관계자는 "워낙 이채로운 이벤트여서 길거리 홍보 비중이 큰 국내 영화사와 휴대용 전화업체들도 큰 관심을 보여 왔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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