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세계로 뛴다] 국내 첫 항암제 독립 생산시설 갖추고 “세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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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제약 세파계 항생제 공장에서 연구진이 무균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첨단기술이 발전할수록 의약품 제조에 대한 품질관리 기준은 엄격해진다. 우리나라도 최근 제약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KGMP)을 강화하고 있다.

약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오염·변질되는 일이 없도록 시스템을 완벽히 구축하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대규모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당수 제약사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약 700억원을 투자해 최첨단 설비를 갖춘 1만㎡ 규모의 2개 공장을 경기도 안성에 신축했다. 세파계열 항생제만 생산하는 공장과 세포독성 항암제만 생산하는 공장을 별도로 건설하고 각각 KGMP 승인을 받았다. 이들 약은 성분이 강해 공기 중에 떠도는 미세량만으로 쉽게 다른 약을 오염시킬 수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3월 ‘세파계 항생제와 세포독성 항암제를 별도의 시설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하고 2012년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일동제약 김완수(안성공장장) 상무는 “의약품마다 독립된 시설을 마련하는 것이 국제적 추세”라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선 일동제약 안성공장이 항암제를 다른 약과 분리해 생산하는 유일한 곳”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신축된 일동제약의 2개 공장은 바이알 세척부터 포장까지 원라인으로 이뤄지는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의약품 오염을 원천 방지하는 기술인 랍스(RABS) 시스템으로 생산공장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였다. 모두 국내 최초다. 여기에 공장 내부의 온도·습도·차압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시스템과 자동화 창고를 구축해 최적의 의약품 생산 환경을 마련했다.

신공장의 첨단시설이 입소문을 타면서 한국의 의약품 생산체계를 의심하던 선진국이 러브콜을 보내오고 있다. 김 상무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과 유럽 제약사 관계자들이 의약품의 위탁생산을 의뢰하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며 “현재 동남아시아 지역에 집중돼 있는 수출시장을 일본·유럽에 이어 중남미·아프리카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GMP를 넘어, 일본과 유럽연합(EU)의 GMP 취득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인체조직 내 구성물질인 히알루론산 원료 개발에 성공해 본격적인 생산을 앞두고 있다. 일동제약 이정치 회장은 “기존 원료보다 분자량을 높은 범위까지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게 특징”이라며 “청주 원료공장에 히알루론산 양산을 위한 설비 구축을 마쳤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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