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기의 마켓 워치] 중동 리스크 … 유가 120달러가 임계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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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글로벌 증시가 중동 지역의 민주화 혁명이란 돌발 상황을 맞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주식 투자자들은 중동에도 민주화의 꽃이 활짝 피길 응원하면서도 사태가 오일쇼크로까지 이어지진 않기를 염원하고 있을 게다.

 시장은 일단 잘 버티고 있는 모습이다. 대세상승의 큰 흐름이 꺾일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국내 코스피지수가 상승 추세를 견지할 방어벽으로 1차 1950선, 2차 1900선을 거론한다. 지수 1900은 지난해 6월 이후 얻은 수익 중 절반을 반납하는 선으로 이게 무너지면 시장이 새로운 추세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란 진단이다.

 과연 어떻게 될지는 중동 사태의 진전 양상에 달려있다. 사태가 리비아와 인접 알제리를 넘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로 번져 3차 오일쇼크가 야기되는 경우가 최악의 시나리오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 200달러를 향해 가고, 세계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고물가)에 직면할 것이다. 기업 실적은 당연히 나빠지고 부도 기업도 속출할 것이다.

 올해 증시를 전망하면서 중동 사태를 염두에 뒀던 사람이 없었던 것처럼 이런 최악의 상황이 닥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사태의 흐름을 예의 주시하며 리스크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이유다. 하지만 오일쇼크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제 전개될 가능성을 시장은 아직 낮게 보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와 외신 등을 종합하면 대체로 10% 정도의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120달러 안쪽에만 머문다면 글로벌 경기의 회복과 기업들의 실적 개선 흐름이 크게 훼손되지 않을 것으로 관측한다. 그렇게 두세 달 흐르며 중동의 불확실성이 풀리고, 봄을 맞아 북반구의 석유 소비가 줄어들면 증시 상황은 반전될 것이다. 핑계 김에 충분한 휴식을 취한 만큼 상승 탄력은 보다 강해질 수 있다.

 분위기가 나빠졌다고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다. 혼란스러운 상황일수록 기회는 늘어난다. 물론 위험을 감수하며 비용도 치를 의향이 있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외국인들이 싼 값에 한국 주식을 던지자 일부 국내 투자자들은 거꾸로 펀드에 다시 가입하고 있다. 연기금을 필두로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순매수에 나서고 있다. 돈은 한국에도 많다.

 올봄의 증시가 중동발 위험에 맞섰던 국내 투자자들에게 따뜻한 선물 보따리를 안겨줄지 주목된다.

김광기 경제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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